한·중 양국 정상이 어제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전격 선언했다. 아직 협정문이 작성되지 않았을 뿐 실질적 협상은 모두 끝났다는 것이다. 양국은 1992년 8월 수교한 이후 22년여 만에 또 하나의 큰 외교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권 모두와 FTA를 체결하게 됐다. 대한민국 경제영토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한·중 FTA의 체결을 크게 환영하고 지지한다.

FTA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산물이다. 또 치열한 각급 단계의 협상과정을 거친다. 그런 측면에서는 한·중 FTA가 남긴 문제점과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번 협상이 비준 절차를 거쳐 발효하는 순간까지 정부는 이런 문제점들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너무 서둘렀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 미국 중심 TPP와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적었다는 점도 의문시된다. 더구나 중국은 아직 법치국가라고 볼 수 없고, 농산물 등에서도 추가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한다.

먼저, 협상 과정상의 문제점이다. 한·중 FTA는 2년6개월간의 협상을 거쳤다. 그러나 이렇게 긴 협상기간 치고는 진전 상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가 간간이 흘려준 것 말고는 그 내용을 알기조차 어려웠다. 물론 협상 카드를 함부로 노출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FTA, 한·EU FTA 등 다른 거대 경제권과의 FTA와 비교해도 유독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는 점은 지적해야 한다. 경제단체들이 협상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지지성명을 낸 것도 부자연스럽다.

협상내용도 되짚어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사실 한·중 FTA는 양국 정상이 높은 수준의 FTA를 하겠다고 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다지 높은 수준의 FTA는 아니었다. 정부는 중국과의 FTA만으로도 우리의 경제영토가 세계 GDP의 73%로 넓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알맹이다. 우리 측 이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처음부터 한국은 농산물, 중국은 제조업 개방을 꺼렸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품목수 기준으로 90% 이상의 상품이 개방됐다지만 품목에 대해서는 논란이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쌀을 FTA 대상에서 완전 제외하기로 했고, 농산물 자유화율이 품목수 기준으로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성과인 양 내세웠다. 그러나 중국산 쌀은 지금도 의무수입(MMA)이라는 형식으로 적지 않게 수입되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 관세화 개방을 이미 선언한 터이다. 명분은 그럴듯 하지만 실속은 기대할 것이 없을 수도 있다. APEC 정상회담에 맞추느라 지식재산권, 서비스시장 등을 적당히 추가해 구색만 갖추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합의된 내용의 준수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분쟁절차가 있다지만 법·제도 측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불투명한 국가다. 만에 하나 중국이 물리적 힘을 내세우며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우리로서는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다. 서비스 시장만 해도 비관세 장벽이 곳곳에 널린 게 중국이다. 비법률적 차별에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지재권 역시 법 따로, 현실 따로다. 중국 내에서 특허소송을 걸어봤자 백전백패라면 무슨 소용이 있나. 한·중 FTA 타결 소식에도 정작 국내기업들이 시큰둥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시절 마늘분쟁 같은 사건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하다.

한·중 FTA는 지금까지 우리가 맺어온 다른 FTA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그동안 우리의 FTA 대상국은 주로 산업구조가 보완적 관계인 선진국이었다. 하지만 한·중 두 나라는 산업구조가 경쟁적인 데다, 중국은 아직 개도국에 불과하다. 더구나 경제규모는 세계 2위다. 우리는 중국시장에서의 기회만 생각하지만 거대 중국이 FTA를 발판으로 국내 시장에 몰고올 파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업종이나 기업에 따라서는 미증유의 재난이 몰아닥칠 수도 있다. 이는 정부가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한·중 FTA는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