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에만 연내 만기물량 40% 집중…2조원 넘어
대우건설·GS건설, 2조원 안팎의 PF 잔액도 리스크


최근 실적쇼크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국내 건설사들이 오는 3·4월에 집중된 회사채 물량 폭탄을 맞는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 24곳의 회사채 만기도래 일정을 분석한 결과 연내 회사채 만기물량 가운데 약 40%가 오는 3·4개월에 한꺼번에 도래한다.

다른 업종(기계·조선업)을 겸하거나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절차를 밟는 건설사를 제외한 주요 건설사 24곳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5조2천290억원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만기 도래 일정이 특히 집중된 시점은 3월과 4월이다.

오는 3월에는 11개사의 7천827억원 어치 회사채 만기물량이 도래하고, 4월에는 이보다 많은 8개사의 1조2천600억원 규모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결국, 3·4월에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의 만기물량은 모두 2조427억원으로 올해 전체 회사채 만기물량의 39.1%에 해당하는 셈이다.

개별 회사별로 살펴보면 포스코건설(AA-·4천87억원), 롯데건설(A+·3천700억원), 삼성물산(AA-·3천억원), 한화건설(AO·2천800억원)의 회사채 만기물량이 가장 많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곧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건설사 잠정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인데 이런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AA등급 이하의 건설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가령 지난달 말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고, 같은 시기에 NICE신용평가도 대우건설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등급감시(Credit Watch) 대상에 올렸다.

현재 신평사들은 일부 건설사들이 예상 밖 수준으로 악화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이를 신용등급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선영귀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주요 건설사들이 최근 5년 내 가장 저조한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잠정실적이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더라도 시계열상 하향 추세가 이어진다면 등급 검토 주기를 단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건설사는 우발채무로 분류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아이엠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우건설과 GS건설의 PF 잔액은 각각 2조1천892억원, 1조8천198억원으로 집계다.

현대건설의 PF 잔액은 1조6천500억원 수준이지만 9%대의 주택매출 비중에 비해 PF 잔액이 많은 편에 속한다.

만기 연장이 쉽지 않아 차환 위험이 더 높은 PF 잔액의 유동화 상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우건설(A+)의 경우 PF 잔액을 자산유동화증권(ABS) 또는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으로 유동화한 비중이 70.2%에 달한다.

현대건설(AA-)의 비중도 86.2%로 높은 편이지만 신용등급이 우량해 차환 위험이 큰 편은 아니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ABS와 ABCP와 같은 유동화된 채권은 매입 주체가 불특정 다수이므로 PF 사업 진행이 부진할 때 만기 연장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차환 위험이 크다"고 설명?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건설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일찌감치 자금 확보에 나선 상태다.

오는 4월에 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GS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와 인터콘티넨탈 호텔 등 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다.

업계 시공능력 1위로 평가받는 현대건설(AA-)은 1천억원 규모의 5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해 전날 수요예측을 실시했고, 그 결과 1천9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회사채 발행 규모를 2천억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오는 5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