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담당하는 한 공기업의 사업개발 팀장 A씨
[취재수첩] 기죽은 아프리카 담당 공무원들
는 요즘 한가하다. 정부가 공공기업 부채를 줄이라고 지시하면서 일체의 신사업 추진이 ‘올스톱’돼서다. A팀장은 “도전해볼 만한 국제입찰 공고가 떠도 윗선에선 ‘한동안 꿈도 꾸지 말라’는 분위기”라며 “중국 일본이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싹쓸이하는 와중에 가만히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기자가 최근 아프리카를 방문해 만났던 현지에 파견된 한국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이었다. 새로운 일은 시작도 못하는 와중에 본국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돈 아껴라”는 지시가 내려온다고 한다. 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일하는 한국의 공공기관 직원은 외국인 단지가 아닌 현지인들이 사는 아파트에 산다. 본사에서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거주 비용은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까닭이다. “선진국 물가가 비싸니 후진국 파견자가 유리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워낙 치안이 불안해 외국인이 안심하고 살 만한 곳은 집값이 선진국보다 오히려 비싸다. 이 직원은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사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가 만난 다른 한국 공무원은 비용을 아끼겠다고 값싼 경비업체를 썼다가 고용했던 경비원이 오히려 집에 들어와 금고를 몽땅 털어갔다고 전했다. 기존 혜택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면세였던 재외공관 자녀의 학비를 이르면 내년부터 소득에 포함시켜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한 아프리카 재외공관 관계자는 “선진국이야 값싼 공립학교에 보내도 되겠지만 후진국에선 국제학교가 아니면 자녀들을 맡길 수 없다”며 “학비에 세금을 내라는 건 아프리카 같은 후진국에는 아예 자녀를 데리고 나오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 혈세를 아끼고 방만한 공기업 부실을 도려내자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절약의 범위가 파견 직원의 업무나 삶의 질까지 위축시킨다면 문제다. 최소한 가족들과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 정도는 만들어줘야 일할 맛도 나지 않겠는가.

정부의 ‘절약’이 자칫 소탐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남윤선 국제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