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부도는 슬픈 일이다. 그 자체로 경제·사회적으로 충격이고 큰 기업일수록 파장은 커진다. 망하면 주주도, 경영진도, 노동자도 일거에 벼랑으로 내몰린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 순간에도 경영에 사력을 다한다. 한계 기업에 회생 기회를 주는 것도 그래서다. 눈물의 구조조정은 기업 생존의 고육지책이고 재기해서 일자리를 되살리겠다는 피어린 다짐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에 대한 서울고법의 지난주 2심 판결은 이게 재판인가 싶을 정도로 뜻밖이다. 기업경영과 고용의 본질을 무시하고, 구조조정의 이유조차 외면한 판결이었다. 서울고법은 2009년 법정관리상태의 쌍용차가 당초 2646명의 구조조정안에서 결국 165명으로 최소화한 정리해고에 대해서조차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판결해 버렸다. 경영진, 채권단 등 전문가들이 택한 회생전략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도, 컨설팅그룹의 정상화보고서도 모두 엉터리가 돼 버렸다. 더구나 정리해고는 당시 파산법원이 내건 조건이었다. 임금동결, 자산매각과 더불어 인적 구조조정을 해야만 회생절차라는 제도적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법원의 결정이기도 했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구조조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안 그래도 경직된 고용유지 제도, 해고에 대한 과도한 금지법규가 이슈였다. 고용을 의무로 규정하려는 운동가들과 포퓰리스트가 넘친다. 누구도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해고가 가능해야 신규채용도 가능하다. 한 번 고용은 영원한 고용이라는 조건이라면 기업을 차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용의 자유가 있다면 해고의 자유도 있는 것이다. 창업할 자유가 있다면 사업을 접을 권리도 있다. 그래야 새 투자, 새 고용이 가능해진다. 정말 개탄스런 법정이다. 기업들은 아웃소싱을 넘어 아예 해외로 탈출할 것이다. 당장 153명의 눈물은 닦아준다지만 153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