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야심…옛 소련 경제동맹 '가속'
러시아가 옛 소비에트연방 국가들을 다시 자국 휘하의 한울타리로 끌어모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시아는 우선 ‘유라시아경제연합(EEU·Eurasian Economic Union)’으로 경제시장 통합을 추진한 뒤 서유럽 중심의 유럽연합(EU)에 필적할 ‘유라시아연합(EAU·Eurasian Union)’을 구축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EEU 정상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년 5월까지 EEU 창설 조약을 체결하고 2015년 1월엔 EEU 관련 통합기구를 정식 출범하겠다”고 말했다. EEU는 2000년에 형식적인 출범은 했으나 그동안 중심기구도 없어 느슨한 연합체적 성격이 훨씬 짙었다. 이를 실질적인 경제 통합체로 격상시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게 이번 회담 결과의 요지다.

러시아와 옛 소련 국가들이 주축인 EEU는 현재 회원국 6개국(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옵서버 3개국(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몰도바)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최근 친러 노선을 강조하는 정부와 친EU 노선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치열하게 충돌 중인 우크라이나가 EEU의 옵서버에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EEU는 다른 시장에 맞서기 위한 장벽이 아니다”며 “EEU 소속 국가들은 EU를 포함한 다른 경제 통합체들과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는 “우린 결코 옛 소련 체제의 부활을 꾀하고자 하는 게 아니며, EEU는 순수한 경제 공동체일 뿐”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열릴 러시아와 EU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유럽 국가들의 견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EEU는 푸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EAU의 초기단계적 성격을 띤 조직이다. 푸틴은 이미 1기 행정부 시절인 2000년부터 관련 작업을 착착 진행해 왔다. 2000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유라시아국가 간 경제 연합체 구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첫 성명문을 발표한 뒤 꾸준히 주변 옛 소련 국가를 포섭해왔다. 또 2010년엔 EEU 창설을 위한 구심점으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3개국이 관세동맹을 출범했다.

러시아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국채매입 방식의 150억달러 자금 지원과 천연가스 가격 33% 인하 등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우크라이나를 EEU와 관세동맹에 가입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지정학적으로 동유럽과 서유럽 사이에 걸쳐져 있는 우크라이나를 확실히 붙들어야 입지를 확고히 다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금 제공의 첫 단계로 30억달러 상당의 우크라이나 국채를 사들였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25일에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벨라루스 연방국가 최고회의’ 회담이 끝난 뒤 “세계 시장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우리 파트너들을 돕기 위해 내년에 벨라루스에 20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