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성이 잘돼야 남성이 잘된다
최근 여성 관련 행사에 잇달아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어느 자리에서 축사를 하면서 지난해 이맘때 필자가 많이 하던 얘기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중국과 일본이 까무러치지 않겠습니까?” 기대대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남성 위주의 정치문화에 익숙한 중국과 일본으로서는 그야말로 까무러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금년 5월 노르웨이를 방문했다. 전에도 여러 차례 가본 적이 있지만 이번 방문 목적은 특별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나라의 제도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 노르웨이는 10년 전인 200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기업과 상장기업 여성 임원을 전체의 40%로 할당하는 법을 만들었다. 당시 5~6%에 그쳤던 여성 임원 비율이 지금은 40%를 넘는다. 현재 많은 유럽 국가가 노르웨이 사례를 따라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처음 이 제도를 시행할 때만 해도 기업과 사회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여성 인력 기반이 부족하다든가, 남성 역차별이라든가 하는 비판은 물론이고 일부 여성계 내부에서조차 과잉보호라는 식의 비판도 있었다고 한다. 이 정책은 현재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르웨이 여성의 사회 참여도 아직은 제한적이다. 출산 후 남편도 똑같이 육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여성은 여전히 출산 후 경력 단절과 같은 이유로 전문 경영직보다는 단순 기능직에 많이 종사한다. 노르웨이 같은 선진국 사정이 이런 것을 보면 앞으로 우리의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2010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의 몇몇 구청장 후보를 여성으로 내세웠다가 당내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어느 국회의원은 공식 회의에서 “당 대표가 세상 물정도 모르고 여성을 후보로 냈다”고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지방의원 선거에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여성 후보 1명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올해 필자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여성임원을 단계적으로 30%까지 늘리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았지만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주장하다 보면 적지 않은 남성이 불만을 표시한다. 주위에서는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니냐고 걱정해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여성이 잘돼야 남성이 잘된다”고.

정몽준 < 새누리당 국회의원 mjchung@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