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에너지 기업들이 유럽으로의 운송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수에즈 운하 대신 '지름길'로 통하는 러시아 연안의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고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과거 '북동 항로'로 불렸던 북대서양∼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석유제품들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실어나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같은 지름길을 이용해 제품 운송에 나선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 금주 '프로폰티스'라는 9만t급 유조선으로 고품질 경유를 유럽으로 운송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한국의 해양수산부도 최근 러시아와 북극 항만을 개발하는 협정을 맺을 계획이라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이달 원유를 실은 선박을 이용해 북극해 시험 운항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북극해를 이용하는 기업들로부터 운항 허가와 항구 서비스, 쇄빙선 제공 등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르웨이를 출발한 일본 선박은 북극해를 거쳐 이미 일본에 도착했다.

아사히카세이 화학의 언론 담당자는 "나프타를 실은 8만t급 수송선이 미즈시마 공장에 도착했다"면서 선박의 항로는 판매자가 결정했다고 전했다.

다음 달 초에는 일본의 지바항에 또 다른 선박이 북극해를 거쳐 입항할 예정이다.

이들 국가에서 북극해를 활용하는 이유로는 비용, 시간, 안전한 운항이 꼽힌다.

한국에서 떠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갈 경우 210만 달러 가량의 비용과 35일이라는 긴 시간이 들지만, 북극해를 이용할 경우 일단 운송 비용이 줄어 절약한 돈으로 추가적인 보험비나 쇄빙선 이용료 등을 낼 수 있다.

운송 기간이 10일 정도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아울러 이집트를 포함해 수에즈 운하 주변국들의 정치 상황이 불안한 점을 고려할 때 북극해는 수에즈 운하보다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는 통로로 여겨질 수 있다.

물론 북극해를 이용하는 데 있어 제약도 적지 않다.

너무도 추운 탓에 연중 북극해 얼음이 얇아지는 4개월 정도만 항로를 지날 수 있고, 수가 많지 않은 내빙 등급 선박을 구해야 한다는 게 걸림돌이다.

석유를 실은 대형 선박이 운항 중 사고를 낼 경우 북극해에 막대한 오염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환경 단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얘기다.

맥쿼리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보니 찬은 치솟는 석유 가격 등으로 인해 북극해 항로에 많은 관심이 가겠지만 북극해는 여러 제약때문에 중단기 내에 획기적인 항로로 자리잡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