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엔이 정한 협동조합의 해이고 국내에선 내달 1일부터 협동조합기본법이 새로 시행된다. 더구나 대리운전 기사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키로 해 새삼 협동조합이 관심을 끈다. 정부는 어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협동조합법 시행과 향후 정책방향을 의결했다. 이 법에 따라 5인 이상이면 누구나 금융, 보험을 제외한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돼 5년 안에 8000~1만개의 협동조합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용도 4만~5만명가량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다.

협동조합은 농민 소비자 중소상공인 등이 상부상조를 통해 구매 생산 소비 판매 소비를 영위하는 단체다. 조합원에게 1인1표의 의결권과 선거권이 주어져, 1주1표인 주식회사와 달리 소규모 지역·직업·업종 조직에 적합하다. 기업화가 어려운 틈새를 메워주는 기능도 있다. 생산자조합인 길드 전통이 강한 유럽에선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협동조합의 규모가 커질수록 조합원 신분은 사실상 주주로 바뀌게 되고 대리인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의 대표격인 농협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정부가 협동조합 설립의 물꼬를 터준 것까지 문제삼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각에선 협동조합이 경제난과 양극화를 해소할 만능열쇠라도 되는 양 과장한다. 심지어 협동조합이 주식회사, 나아가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치켜세우는 세력까지 있다. 정치적 의도가 없지 않아 보인다. 지금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생겨나지 못하는 것은 협동조합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업가정신을 말살하는 기업 때리기와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데 무슨 일자리가 나오겠나.

현대사회에서 성공한 기업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기업이다. 주식회사든 협동조합이든 관계없다. 소비자 선택을 받는 협동조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협동조합을 늘리려고 나선다면 또 다른 골칫거리를 만들어낼 뿐이다. 협동조합은 ‘자주 자립 자치’라는 원칙대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이어야 한다. 원칙에 위배되는 육성·지원책은 협동조합을 망치는 길이다. 경제는 아이디어로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