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2년, 그 상처는 아직 깊게 남아 있고 평화로운 삶이 깨진 주민들 또한 여전히 심한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1월23일 오후 연평도에 포탄 100여발을 발사한 북의 기습 도발로 우리 해병대원과 민간인 30명이 사상당했다. 6·25 전쟁 휴전 이래 대한민국 영토가 북으로부터 직접 대규모 군사공격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연평도로부터 겨우 1.5㎞ 거리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북의 위협과 긴장의 강도는 지금도 높아지고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그런데도 정치권의 NLL논란은 본질을 제쳐두고 대선국면의 정략에만 빠져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느니 안 했느니, 그 두 사람의 대화록을 열람해야 되느니 안 되느니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것이 그렇다. 진실은 제대로 규명돼야 하지만 정작 분명하게 정리돼야 할 쟁점은 그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NLL은 건드리지 않고 왔다”고 했지만, 그 다음 “남북간에 합의된 분계선이 아니다. 어릴 적 땅따먹기로 그은 줄”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국가보위 최고책임자의 NLL에 대한 부정이고, 무엇보다 그것은 NLL 성립 배경과 과정을 왜곡해 대한민국 영토경계의 무력화를 획책한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NLL이 정전협상에서 합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틀린 건 없다.그러나 NLL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백한 진실은 그때 북측과 합의를 하고 말것도 없이 유엔군이 일방적으로 양보해 우리가 점령했던 서해의 수많은 섬과 바다를 내준 결과이자 북이 일방적으로 영토의 이득을 본 해상경계선이라는 점이다.

정전협정은 당시 양측 군의 전선을 기준으로 경계를 설정했다. 지금 육상의 군사분계선이 그것인데 문제는 바다였다. 북의 해군력은 궤멸됐고 유엔군과 한국군은 압도적 전력으로 한반도 주변 전 해역을 장악, 서해 압록강 하구의 대화도에서부터 동해 함경남도 연안 마양도에 이르는 모든 섬과 해안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전이 다급했던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북진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육상경계선만 획정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을 강행했다. 그 한 달 후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서해 백령도 이남 5도만 뺀 모든 북쪽 해역과 섬을 돌려주면서 반발하는 국군의 북상을 막기 위해 NLL을 긋고 병력을 후퇴시켰다. 북으로서는 감지덕지했던 우리 군의 작전제한선이었던 것이다.

북이 여기에 불법이라는 시비를 걸기 시작한 것은 정전협정 20년이 지난 1973년부터였다. 합의없이 유엔군이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 무효라는 주장이었지만 터무니없는 억지였다. 국제법적으로도 20년 이상 분쟁없이 경계가 유지됨으로써 ‘응고(凝固)’의 효력을 갖는 NLL이었다.

이 문제가 다시 매듭지어진 것은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서였다. 여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정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기돼 있다. 어떤 근거를 들이댄다 해도 NLL은 논란의 털끝만한 여지도 없이 우리 해상영토의 경계임에 불변인 것이다. 그걸 부정하고 문제삼는 것은 객관적 사실(史實)에 대한 인식의 거부, 맹목적인 종북(從北)으로 그동안의 돈퍼주기도 모자라 북에 영토까지 떼어주자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영토는 국기(國基)의 근본이자 국가 정체성에서 가장 우선하는 불가침의 가치다. NLL을 두고 합의된 해상분계선, 또는 영토선이냐 아니냐 새삼 문제를 제기하고 논쟁을 부추기는 것은 우리가 목숨걸고 수호해야 하는 영토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다. 서해평화협력지대니 남북공동어로수역이니 하는 협상 대상일 수도 없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준수와 국가보위’를 국민 앞에 선서한다.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 독립, 영토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영토는 단 한치도 건드릴 수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는 이들에게 다시 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목숨으로 지켜온 NLL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우리 영토를 사수(死守)할 것인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