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9명 등 팔레스타인인 최소 75명 사망·언론사 건물도 공격
국제사회 `지상전 우려' 휴전중재 노력 박차

18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태가 악화함에 따라 국제사회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막기 위한 휴전 중재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다.

◇팔' 사망자 최소 75명…일가족 몰살 = 이스라엘군이 해·공군을 동원한 공습을 강화하면서 이날 영·유아 5명을 포함, 팔레스타인인 최소 29명이 숨져 하루 사망자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번 교전으로 인해 발생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는 총 75명으로 늘었으며 이중 절반 가량은 민간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도 최소 700명에 이른다.

의료진들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사상자 다수가 여성과 아이들이다.

특히 가정집이 자리한 가자시티 북부의 3층 건물이 완파되면서 알-달루씨 일가족 9명을 비롯해 민간인 1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 중 5명이 어린이였다고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당국이 전했다.

이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 해군은 무장단체 고위인사가 건물에 숨어 있어 공격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마을에서는 공습으로 3살과 1살 남매가 숨졌고, 가자시티와 자발리야·누세이라트 난민캠프 등지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이날 오전 2시와 7시께 가자시티에 위치한 미디어센터 건물 2곳에 각각 공격이 일어나 언론인 최소 8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팔레스타인 기자 1명은 한쪽 다리를 잃는 중상을 입었다고 하마스 보건부의 아쉬라프 알 쿠드라 대변인은 밝혔다.

외국 언론사는 장비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해당 건물에는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 아크사TV와 레바논 방송국 알 쿠즈 TV를 비롯해 러시아 투데이TV, 영국의 스카이뉴스 아라비아, 이탈리아 RAI, 독일 ARD, 쿠웨이트 국영TV 채널 등의 지국이 입주해 있다.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 국제본부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대표는 이번 공격은 정보의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라고 비난했다.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스라엘인들은 민간인을 죽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번 교전은 2008년 가자 전쟁 이후 최악의 사태다.

이스라엘에서도 이번 피습으로 3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마스도 반격에 나서 이날 이스라엘 최대 상업도시 텔아비브를 향해 로켓 포탄 2발을 발사했지만, 요격미사일 시스템인 아이언돔에 의해 요격됐다고 이스라엘은 전했다.

이날 가자지구 측에서 125발 가량의 로켓이 이스라엘을 타격했으며 이스라엘인 10여명이 파편에 부상을 입었다고 이스라엘군과 경찰당국 등은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제까지 가자지구 내 목표물 1천100여곳을 타격했으며, 이날 아이언돔으로 로켓 40여발을 격추했다.

◇국제사회 지상전 우려…카이로서 정전협상 =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 태세를 갖춤에 따라 자칫 2008년 12월 `가자 전쟁'이 재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이집트가 중재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정전 협상이 진행됐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과의 논의가 "긍정적이었다"면서도 휴전 조건 이행을 보장할 방안을 둘러싸고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일부 팔레스타인 관계자들은 협상이 "금명간" 타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일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하고 나서 무르시 대통령과 만나 가자 사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반 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가 주도하는 휴전 노력에 양측이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폭력 종식을 위한 움직임에 기여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바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8일 주례 내각회의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작전을 대폭 확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발언이 나온 이후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군 공격은 이스라엘이 지금 받고 있는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많은 부분 잃게 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헤이그 장관은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상전 와중에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라며 이 같이 촉구했다.

이날 텔아비브를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한 프랑스의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도 "프랑스는 휴전의 촉매가 되기를 원한다"며 "전쟁은 절대 선택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3국을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자위권 행사를 전폭 지지하지만 "가자지구에서 군사 활동을 강화하지 않고도 이를 달성할 수 있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 사절단도 20일 가자를 방문해 휴전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가자 공습에 대해 평화적으로 시위할 것을 자국민에게 당부했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효정 기자 gogo213@yna.co.kr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