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47명ㆍ이스라엘인 3명 사망..부상자 450여명
아랍ㆍ美 등 각각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지지속 정전 중재 나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 간 교전이 날로 격화하면서 자칫 2008년 12월 `가자 전쟁'이 재발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총리 집무실을 포함한 가자지구 내 200여곳에 공격을 퍼부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로켓 공격이 중단될 때까지 공격할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태도를 고수했다.

또 `지상군 공격'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며 예비군 7만5천명을 소집하고 접경지대에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를 배치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각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입장을 옹호하면서도 양측의 휴전 중재를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이스라엘-하마스 나흘째 교전 =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시티의 TV 방송 알-쿠즈 건물을 폭격하며 하마스에 대한 닷새째 공습을 이어갔다.

하마스의 보건부 아쉬라프 알-쿠드라 대변인은 "적어도 6명의 언론인들이 경미하게 혹은 약간 다쳤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첫번째 공습 직후 건물에 있던 언론인들이 대피했으며 이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공습이 더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은 또 다른 두 곳의 주택에 공습을 가해 2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고 알-쿠드라 대변인은 덧붙였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전날 새벽 보안시설과 경찰본부, 지하 터널 등 가자지구의 200여곳을 대상으로 `방어 기둥 작전'을 펼쳐 무장대원 8명을 포함해 15명이 사망했다.

이로써 공습이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가자 주민 47명이 숨졌고 45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의료진은 밝혔다.

가자시티 인근 나세르에 있는 하마스 내각본부 건물도 네 차례 공습을 받았다.

본부 내 이스마일 하니야 하마스 총리의 집무실도 공격받았다.

당시 건물 내부에는 사람이 없던 상태였다고 BBC가 보도했다.

공격을 받은 건물은 불과 하루 전 하니야 총리와 고위 관리들이 가자지구를 찾은 히샴 칸딜 이집트 총리와 만났던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200곳을 공격 목표로 삼았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하마스의 장거리 로켓 약 90%를 파괴했고, 중거리 로켓들도 심각한 파괴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백발의 단거리 로켓들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BBC에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 시민이 안전해질 때 끝날 것이라며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모든 선택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접경지역에 배치된 군대가 가자지구를 침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하마스의 무장단체와 정치조직 사이에 아무런 차별도 없으며 무장단체와 연관된 어떤 대상도 공격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하마스는 로켓 공격으로 대응했다.

지난 15~17일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 492발이 이스라엘에 떨어졌고 이외 로켓 245발은 아이언돔으로 요격됐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가 텔아비브를 향해 발사한 로켓 두 발 가운데 한 발을 방공 시스템 아이언돔으로 공중 격추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에 있는 BBC 기자는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 60발이 이스라엘로 떨어져 건물 일부가 파손되고 부상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교전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의 학교들은 문을 닫았고, 거리에는 일부 가게만 문을 열었을 뿐 한산했다.

현지 병원에는 부상자들이 넘쳐나 의약품과 의료품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WHO는 앞으로 3개월간 필요한 의약품의 수요를 맞추려면 1천만달러(약 109억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와 지역공동체에 기부를 호소했다.

◇국제사회 휴전 중재 움직임 가속화 = 아랍연맹(AL)과 미국 정부는 각각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도 정전 중재안 마련에는 뜻을 같이했다.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천명하면서도 양측 간 정전을 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아랍연맹(AL)은 17일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각국 외무장관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가자지구에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아랍연맹은 회담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대표단이 가자지구를 방문해 팔레스타인과의 결속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나빌 알 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기자들에게 "대표단이 18일 또는 19일 가자지구로 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무장관들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 규탄함과 동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양측 간 정전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스라엘, 하마스와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으며 양측이 조만간 정전에 합의할 조짐이 있다고 밝혔다.

무르시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를 방문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연 합동 기자회견에서 "확약할 수는 없지만, 정전의 가능성을 알리는 몇몇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샬도 이들과의 회담을 위해 카이로에 머물고 있다고 하마스의 한 고위관리가 전했다.

이날 터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강하게 규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스라엘이 무고한 아이들을 비인간적으로 학살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비난하지만, 사실상 정전 협정을 깬 것은 이스라엘"이라고 비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 이집트 지도자들과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공격을 중단하면 가자지구 폭력 수위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로랑 파비우스 외무장관이 18일 중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라말라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관리들이 전했다.

한편 해커집단 '어나너머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에 항의하는 뜻에서 이날 이스라엘 정부기관 웹사이트 수십 곳과 주요 은행을 공격했다.

어나너머스는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옵이스라엘'이라는 작전명 하에 예루살렘 은행 등 650개 이상의 개인·공공 기관 웹사이트를 완전히 삭제하거나 손상했다고 밝혔다.

어나너머스는 "오랫동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잔인하고 비열하게 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절망감을 느꼈다"며 "이스라엘은 우리의 끝없는 분노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잊혀진 자치정부…하마스 세력 강화 = 이스라엘과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하마스 지도자들이 정치적인 이득을 얻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이끄는 마무드 압바스 수반이 뒷전으로 밀리고 하마스가 주민들의 지지 속에 앞으로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있고 이스라엘로부터 부당하게 공격받았다고 느끼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하마스가 무력으로 대응하고, 아랍 지도자들이 너도나도 연대를 표명하자 오히려 이 위기상황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자발리야 난민캠프에 사는 19세 사에드 모아세르지는 하마스가 살렘에 로켓을 발사한 데 대해 강렬한 자부심을 느낀다며 "하마스를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로켓을 발사한 사람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압바스가 이끄는 자치정부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상당수 팔레스타인 주민은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통해 국가를 세우려는 압바스의 노력에 신뢰를 잃은 상태다.

가자지구 주민인 아흐메드 하툼은 20여 년간 간헐적으로 진행된 협상이 아무런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며 압바스의 이 같은 접근방식이 소용없다고 지적했다.

하툼은 "이스라엘과의 정치적 해결책은 없다. 그들은 무력을 사용해야 말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정부 대변인이었던 가산 카티브는 가자지구 공습이 "팔레스타인 당국의 역할을 축소하고 정치적 노력이 갖는 의미를 잃게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