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가옥과 남산 옛 중앙정보부 건물 등 서울의 근·현대 역사적 현장이 문화 유산으로 보존된다. 또 구로공단·백사마을·구룡마을 등 서민들의 삶이 담긴 곳도 생활 유산으로 보존된다.

서울시는 1900년대 서양문물 유입 시기부터 2000년까지 역사, 문화, 생활, 경제성장과 연계된 근ㆍ현대 유산 1000개를 발굴·보존하기로 했다고 7일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역사적·상징적 가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무분별하게 이뤄졌다”며 “방치돼 왔던 근·현대 유산을 적극 보존해 2000년 고도 서울의 역사성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발굴 대상엔 역사적 인물의 생가나 묘지, 베델 등 개화기 외국인 관련 유적, 근대화 경제성장 과정의 구로공단과 창신동 봉제공장, 달동네의 시민 생활상, 한국 최초의 아파트인 충정·동대문 아파트 등이 포함된다.

시는 우선 5곳을 시범사업으로 선정, 타당성 조사를 거쳐 발굴·보존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대상은 △이준, 손병희 선생 등 순국선열 묘역인 강북 수유동 역사문화유적 △경교장·이화장 복원 등 건국 관련 기념물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 보존 등 민주화 분야 △구로공단 역사기념관 조성 등 산업화 연관 장소 △박경리·김수영·마해송·전형필 등 문화예술인 유적 등이다.

시는 각 자치구와 합동 실태조사와 시민 공모를 통해 내년 7월까지 ‘서울 속 미래유산 1000선’을 확정하기로 했다. 서울시장과 시민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자문기구인 ‘미래유산보존위원회’도 구성해 보존 대상을 선정하고 사업우선 순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민간단체의 미래유산 보전활동을 활성화하고 민간 소유 미래유산에 대한 보수비나 프로그램 운영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미래유산보존에 관한 조례’를 오는 12월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문화유산 선정 및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도 예상된다. 시 관계자는 개발계획이 확정된 지역이라 할지라도 문화유산 보존의 필요성이 제기되면 개발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개발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과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보존을 하려는 시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