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가 지난 2월 쿠데타를 위해 인민해방군을 움직이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시사잡지 사피오는 최신호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기자였던 월리 워 랍 람의 말을 인용, 보시라이의 쿠데타 기도와 내막을 자세히 소개했다.

사피오에 따르면 보시라이는 지난 2월7일 측근이던 왕리쥔(王立軍) 전 공안국장이 구속돼 베이징으로 압송된 사실을 안 뒤 충칭에 주둔한 인민해방군 부대를 동원하려고 했다. 다음날인 8일 보시라이는 충칭에 주둔하는 부대 일부를 직접 이끌고 군용기편으로 윈난성 쿤밍으로 갔다. 쿤밍은 충칭시, 쓰촨성, 윈난성, 티베트자치구 등을 관할하는 청두군구의 주요 기지가 있는 곳. 보시라이 아버지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가 국공내전 때 창설한 제14 집단군의 사령부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보시라이로선 가장 믿을 만한 무력 기반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당시 보시라이의 수상한 동정을 알아챘다.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직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곧장 군에 쿤밍으로 향하도록 명령했다. 보시라이는 후 주석의 지시를 받은 대규모 부대가 쿤밍으로 진군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서 맞설 생각도 했으나 역부족임을 깨닫고 충칭으로 돌아왔다. 보시라이의 정변 계획이 사전에 누설, 저지된 셈이다. 이후 보시라이가 베이징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는 소문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와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보시라이와 측근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후 주석과 원 총리 등 지도부가 놓은 덫에 보시라이가 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보시라이는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출석하려고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전인대 도중 체포됐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