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치솟는 엔화…80엔선 '위협'
엔화 가치가 달러당 80엔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유럽과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엔화 가치가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 일본은행이 발표한 추가 금융완화 조치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친 것도 엔고(高)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28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0.22엔까지 상승했다. 2월 말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음주 중 엔·달러 환율 80엔 선이 무너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라카마 다이스케(唐鎌大輔) 미즈호은행 애널리스트는 “3월 이후 엔저 기조가 이어져왔지만 최근 반발 매수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지표의 향방에 따라 엔화 시장이 요동칠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선 가장 큰 원인은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최근 낮아졌다는 것. 27일 발표된 미국의 1~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전기 대비) 2.2%로 전 분기에 비해 둔화됐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18년래 최고치로 뛰어오르고, 국채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근처까지 강등된 것도 엔화 매수세가 강해진 요인이다.

일본은행이 27일 발표한 추가 금융완화 조치에 대한 실망감도 엔화 강세의 요인이다. 일본은행은 경기 부양과 엔고 저지를 위해 국채 매입기금을 5조엔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최대 10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야마모토 마사후미(山本雅文) 바클레이즈은행 애널리스트는 “다음주 중 엔화 가치가 일시적으로 달러당 70엔대로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