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핵물질의 효율적 관리방안을 논의하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어제와 오늘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국제사회가 보유한 핵폭탄 12만개를 만들 분량인 핵물질 2000만과 핵시설이 테러 집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회의다. 53개 국가의 정상과 정상급 인사들은 오늘 고농축 우라늄 감축과 저농축 우라늄 전환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커뮤니케)을 발표한다. 3년 전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추진하겠다며 이 회의를 제의한 지도자가 바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국제 안보질서의 작동 메커니즘에 일대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보자는 담대한 시도다.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도 이런 제안 덕분이었다. 이번 회의는 실현 가능한 액션플랜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한반도 주변 4강 지도자가 모두 서울에 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반도는 극악무도한 핵 도발 세력과 맞서 있는 민감한 지역이다. 지난달 23일 성사된 우라늄 농축 중단과 식량지원에 대한 북·미 합의를 불과 보름 만에 파기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집단이다. 이런 집단에 대응하려면 단결된 힘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의에 앞서 엊그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북한 동향을 점검했고 어제 한국외대 강연회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순진한 접근이야말로 언제나 북한의 판단착오를 불러왔다. 대선을 앞둔 오바마로서도 북한 문제에서 무언가의 진전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북한을 오판하게 만든다는 점도 분명하다. 그가 휴전선을 방문해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천만다행이요 당연한 선택이다.

이 의지와 원칙이라야 한반도의 안정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 수 있다. 북한은 서울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성명 발표가 있을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오늘 발표될 합의문에는 북한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경고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한국의 외교 라인은 합의문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충분히 표명되도록 만들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