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공단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인정 불가"
병원측 "최적의 진료 제공하도록 제한적 허용"

환자의 진료선택권이냐, 건강보험체계의 안정성이냐를 놓고 의료계에서 논란을 빚어온 이른바 `임의비급여' 관행을 허용할지에 대해 대법원에서 찬반격론이 벌어졌다.

임의비급여란 치료에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연구단계의 신의료기술이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진료행위에 대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자비 부담을 시키는 관행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대법정에서 가톨릭대학교 부속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을 2시간여 진행했다.

대법원 공개변론은 2010년 12월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1년여 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대리인인 박해식 변호사는 "법정 요양급여기준에 등재되지 않은 임의비급여를 허용하는 것은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고 학문적으로도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만약 이를 허용하면 현행 의료보험체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민인순 순천향대 교수도 "의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을 갖춘 진료나 의약품들은 이미 법정 급여ㆍ비급여로 지정돼 환자에게 제공되고 있는 데도, 검증되지 않은 연구단계의 기술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비급여로 인정해 달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여의도성모병원 측 대리인인 노경식 변호사는 "의사는 양심과 전문적 판단에 따라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데도 법정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필요한 진료를 포기한다면 의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된다"고 맞섰다.

원고 측 참고인인 구홍회 성균관대 교수는 "요양급여기준은 의학적 필요성 외에 의료보험공단의 재정상태까지 고려해 정하고 빠른 의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료 현실과 격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정해 임의비급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원ㆍ피고 측에 "임의비급여 허용을 위해선 정치한 제한 규정이 필요할 것 같은데 법률상 근거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결국 입법적 해결이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06년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품을 투여하고 본인부담금을 받은 것이 의료비 부당징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1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와 부당이득 징수 처분을 받자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했다.

지금까지 판례는 법정 기준을 벗어난 진료를 제공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일절 허용될 수 없고, 설령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했더라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같은 판례가 환자의 생명권과 진료에 관한 선택권,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