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서민을 외치면서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서민들의 피눈물을 외면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청문회를 무산시킨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 "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가 증인채택 시한을 넘겨 사실상 무산됐다는 소식에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4일 기자에게 "특정 증인 한두 명 때문에 청문회 자체가 무산된 데 대해 부아가 치민다"며 "증인이 마음에 들면 하고 안 들면 안 하는 게 청문회냐"고 반문했다. 국정조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저축은행 수사에 대검 중수부의 명예를 걸겠다'고 호언했던 검찰,금융혁신 태스크포스(TF)를 무산시킨 '금융 모피아'에 이어 정치인마저 그들을 기만한 셈이다.

'혹시나'하는 기대로 시작했던 국정조사 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을 예고했다. 활동기간 45일의 절반을 증인문제로 허송세월하다 대어급 증인은 모두 제외시켰다. 여야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박지원 의원,부산출신 한나라당 의원 등 상대당 의원과 관련자들을 마구잡이로 증인신청하는 '물타기'방식으로 본질을 흐렸다. 청문회 증인채택 시한인 4일까지도 일부 증인채택을 둘러싼 힘겨루기를 계속했다. 정두언 특위 위원장은 불과 한두 명의 증인 때문에 청문회가 열리지 못하는 데 대해 "위원장으로서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불법인출사태가 국정조사까지 오게 된 출발점은 정치인,고위 관료 등 이른바 우리 사회의 '힘있는 인사'들의 사전 인출 및 대규모 부정대출 관여 의혹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었다.

하지만 여야 국정조사 위원들은 정작 부당 인출과 피해대책,금융개혁방안 등의 본질 규명보다는 책임 떠넘기기로 시간을 낭비했다. 연일 '실세 누구 누구의 관여 의혹이 있다'는 '카더라'수준의 보도자료를 내는 바람에 기자들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책임 공방이나 벌이다가 끝나겠다" "특검이 불가피하다" 등 애당초 국정조사 회의론이 고개를 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부산저축은행에 예금을 넣었던 서민 피해자들을 울린 정치인들이 눈만 뜨면 외치는 '서민'은 과연 누구인지 궁금하다.

김형호 정치부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