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집권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12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에 따라 AKP를 이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57)는 3연임에 성공했다.

N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AKP는 이날 총선에서 49.9%를 득표해 25.9%를 얻은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을 크게 앞섰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은 13.0%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당별 득표율과 사표 배분을 고려하면 AKP는 전체 의석 550석 중 과반인 325석을 확보했다.

AKP의 승리는 터키의 경제 부흥에 힘입은 바 크다. 2002년 파산 위기에 처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000억달러의 차관을 지원받는 신세였던 터키 경제는 2003년 에르도안 총리 집권 이후 연평균 5%에 달하는 고성장을 지속했다. 2001년 AKP를 창당한 에르도안은 2002년 총선에서 AKP를 집권당으로 만든 뒤 총리로 취임하며 터키 개혁을 주도했다.

그의 개혁으로 수십년간 터키 경제를 괴롭혀온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1인당 국민소득이 크게 늘었다. 2002년 세계 24위에 머물던 경제 규모는 지난해 16위까지 상승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총선 유세 기간에도 "2023년에 터키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하며 표심을 공략했다. 독일 일간 디차이트는 에르도안 총리를 "부자에겐 친구로 여겨졌고 가난한 자들에겐 영웅으로 비쳐졌다"고 평가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책값을 벌려고 길거리에서 사탕이나 생수를 팔기도 했던 이스탄불의 빈민가 출신이다. 터키 마르마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젊은 시절 세미프로 축구선수로 뛰기도 했다. 18세에 정계에 입문해 1994년 터키 지방선거에서 이스탄불 시장에 당선되면서 유력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1997년 '이슬람 선동'을 내용으로 하는 시를 작성했다는 혐의로 4개월간 구금되고 공직에서 배제됐다.

그는 경제적 업적을 바탕으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및 유럽연합(EU) 등과의 외교문제에서도 터키의 입지를 넓히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방 각국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비롯 리비아 군사작전 등 최근 이슬람권 사태에서도 에르도안 총리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최근 중동 ·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열풍으로 서구식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터키의 정치모델이 조명받으면서 터키를 8년째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에르도안 총리의 위상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김동욱/유창재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