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1990년대 초 외국인노동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래 현재 체류외국인이 126만명 정도로 증가했다. 외국인노동자,결혼이민자,유학생,사업인,재외동포 등 체류자격 종류도 많아지고 출신 국가도 다양해 150개국이 넘는다. 이민자,외국인 수가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단색 문화로 채워진 그릇 안에 다양한 색깔의 문화가 섞이면 우리 고유 색채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 또 한편으로는 더욱 흥미로운 색깔이 될 수도 있다는 호기심을 가지기도 했다.

우리 정부는 인간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민자에게 우리 문화만을 일방적으로 고집하는 문화흡수 정책보다는 우리 고유문화 교육에 힘쓰는 한편 이민자 문화도 존중하고 보호하는 다문화정책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민자를 포용하는 사회통합을 위해 온갖 다문화정책이 쏟아져 나왔고 집행예산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복수국적이 허용됐다. 또한 내년부터는 외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해 230만여명이 국내 정치에 원격으로 참여한다.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이 '우리' 안에 속하도록 허용된 것이다. 이쯤에서 누구를 '우리'라고 규정해 나라를 영위할 것인지,'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가늠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다문화주의 아래에서 '우리', 또 '국민'에 대한 새로운 의미는 얼마나 문화적 인종적으로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포함하느냐의 수평적 개념만은 아니다. 다양한 배경의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깊이 있게 동질적 의식을 가지느냐 하는 가치관의 문제도 중요하다. 이민자나 재외동포가 아무리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복을 입고 한국음식을 먹는다고 참정권까지 부여할 수 있는 '우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핵심을 공유해야 '우리'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역사를 통해 이뤄놓은 아름다운 전통과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즉 부모 공경,평등주의,언론의 자유,남녀평등,자유경쟁,법치주의 등 우리를 우리답게 하는 인식의 깊이를 얼마나 확실하게 공유하느냐가 이민정책의 더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숫자만 증가한 국적소지자 통계는 별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안에서 국민의 의무를 기꺼이 수행하고자 하는 당위의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한국어를 능통하게 하고,한국 음식을 먹고,한국인 혈통을 가졌다고 해도 진정한 '우리'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다문화주의 이민정책,재외동포 포용을 통한 '우리'의 범주확장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정치를 시작하려는 지금 우리는 '누가 진정한 우리인가'라는 정체성의 범위를 넓이와 깊이 모두 점검해 볼 때이다.

박화서 < 연세대 평생교육원 이민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