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42만명 고객정보 해킹에 이어 농협 고객 3000만명의 금융거래가 나흘째 중단되는 초유의 전산망 마비사고가 터져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농협 사태는 아직도 원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내부 인사가 연루된 사이버테러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제2,제3의 농협 사태가 터질 개연성은 매우 높다. 금융회사조차 전체 IT 예산 대비 정보보안 예산비중은 3% 선에 불과하다.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 695곳 가운데 정보보호 전담직원이 기관당 평균 0.7명이고 한 명도 없는 기관이 67.5%다. 국가 · 공공 전산망인들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툭하면 터지는 것이 디도스 공격이요,청와대도 뚫린다는 식이다.

무엇보다 경영자들의 안이한 인식과 무지의 결과라고 본다. 정보보안에 대비하는 CEO가 거의 없다. 예산과 인력 투자에 소홀하고,비정규직이나 아웃소싱에 맡기는 게 다반사다. 정보보안은 구조조정과 경비삭감의 1순위다. 보안인력에 대한 열악한 처우는 잦은 이직을 낳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떨어뜨린다. 보안전문가 중 일부는 해킹 등 범죄 유혹에 노출된다. 결국 보안망은 무방비로 뚫리는 전형적인 악순환이다.

컴퓨터 보안전문가는 미래 유망직종으로 꼽히지만 실상은 40세면 정년을 생각해야 하고 임원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IT전문가라는 첨단 이미지와 달리 몸으로 때우는 21세기 3D 직종이라고 말하는 것이 솔직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보보안에 대한 CEO들의 획기적인 인식전환과 보안 전문인력 처우개선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