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이민정책을 놓고 내홍에 빠졌다. 15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이 이민자를 대폭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하자 자민당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발언을 자민당 소속 장관이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까지 연출됐다.

캐머런 총리는 14일 영국 햄프셔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 첫 지방 선거 연설에서 "이민자 수의 급격한 증가가 학교와 주택,보건 문제 등에서 영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며 "영어를 못하거나 영국 사회에 통합될 의지가 없는 이민자들이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 중인 이민자 수는 영국 전체 취업자(2900만명)의 7분의 1인 389만명으로,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영국 전체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21만2000명 늘었지만 이 중 80%를 이민자들이 차지했다.

이에 대해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은 BBC 방송에 출연해 "매우 현명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총리의 발언은 극단주의를 연상케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민자 수를 규제하면 기업들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연립정부가 이처럼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것에 대해 가디언은 다음달 지방 의회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이 지지층의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수당이 이민자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반면 자민당은 학생과 이민자 등을 지지층으로 두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