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위헌' 판결에 근거…유사 신청 잇따를 듯

1974년 선포된 긴급조치 1호로 처벌받은 피고인에게 국가가 형사보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작년 12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1호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후속 결정이다.

그동안 법원은 긴급조치가 합헌이라는 전제에서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법이 폐지됐으므로 면소'라고 판결해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홍우 수석부장판사)는 323일간 구금됐다 풀려난 황모(58)씨 등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죄로 처벌받았다가 면소 판결을 받은 8명에게 국가가 4억1천5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형사보상을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결정은 긴급조치 위반만으로 면소 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한 첫 형사보상 결정이어서 유사한 형사보상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형사보상금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재심 등에서 무죄를 받아야 지급된다.

재판부는 "황씨 등은 유죄판결이 확정된 후 2009∼2010년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는데 긴급조치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해 위헌ㆍ무효가 됐으므로 이를 적용해 기소된 사건은 면소 재판을 하지 않았더라면 무죄를 받을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보상법은 면소를 받은 자가 면소가 아니었다면 무죄를 받을 명백한 이유가 있으면 구금을 보상하게 하고 있다"며 "구금 방식과 기간, 이로 인한 재산 손실 등을 감안해 보상액을 정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들이 면소 판결을 받은 해에 구금일수 하루당 인정 가능한 최대 금액인 16만원과 16만4천400원을 기준으로 보상액을 산정했다.

황씨는 경북대에 재학 중이던 1974년 유신헌법에 반대하거나 긴급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결의하고 선전문을 배포한 혐의(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로 기소돼 징역 10년이 확정됐으며 2009년 12월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았다.

긴급조치 1호는 천재ㆍ지변이나 재정ㆍ경제상 위기,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 정지하는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는 유신헌법(1972년 제정) 53조에 따라 1974년 1월 선포됐다.

유언비어 날조나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돼 있는 이 조치는 1974년 긴급조치 5호에 의해 해제됐는데 당시 아직 재판 중이었거나 이미 처벌받은 자에게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다 1980년 10월27일 제5공화국 헌법의 제정, 공포에 따라 유신헌법이 폐지돼 효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