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시프트 가동하겠다"

"남은 선수들이 팀을 위해 더 희생해야 한다.

박지성의 리더십이 더 필요해졌다"
박주영(AS모나코)의 무릎 부상이라는 최악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조광래(56) 축구대표팀 감독이 '캡틴' 박지성의 리더십과 선수들의 자기희생을 앞세워 위기 탈출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조광래 감독은 26일 인천공항에서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기에 앞서 "박주영이 결장하게 돼 전력 누수가 불가피하다.

포지션 변화를 통해 다른 공격수들이 빈자리를 채워줄 것이다"며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이에 앞서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대책이 없다.

남은 공격수를 데리고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오늘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하는 만큼 더는 박주영의 부상 공백을 걱정할 수는 없다.

극복 방법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축구는 혼자서 하는 종목이 아니다.

23명의 선수가 합심하면 극복할 수 있다"며 "선수들 모두 팀을 위한 희생이 필요하다.

팀워크를 강하게 만들면 충분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특히 "박주영의 마음이 가장 아플 것이다.

아픈 선수를 억지로 출전시킬 수는 없다"며 "유병수(인천)와 김신욱(울산), 지동원(전남) 등 나머지 공격수 가운데 잘 검토해서 주전을 뽑아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대책이 없는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이 갑작스럽게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 시프트' 대신 '박지성 시프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조 감독은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박주영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리고 유병수나 지동원 가운데 한 명을 최전방 원톱으로 내세우는 소위 '박주영 시프트'를 예고했었다.

하지만 박주영이 빠지면서 조 감독은 어쩔 수 없이 '박지성 시프트'를 꺼내 들게 됐다.

박지성을 왼쪽 측면이 아닌 처진 스트라이커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팀 공격의 조율을 맡기겠다는 전략이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이동해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최전방 공격수의 배후를 지원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김보경(세레소 오사카)도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며 "박지성 자리에는 염기훈(수원)과 손흥민(함부르크) 등 측면 자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이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돌파와 함께 날카로운 패스로 측면과 전방 공격수에게 볼을 내주고, 기회가 생기면 스스로 득점에 가담하라는 게 조 감독의 시나리오다.

그는 특히 "박주영이 빠진 것은 위기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또 다른 기회도 될 수 있다.

손흥민을 비롯해 유병수와 김신욱, 지동원 등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감독은 또 "박주영이 빠져도 대표팀의 기본은 그대로 이어진다.

박주영 자리에 박지성이나 김보경이 뛰면서 역할을 대신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조 감독은 '캡틴' 박지성에게 이전보다 더 강한 리더십을 요청했다.

조 감독은 "박지성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팀 전체를 이끄는 역할에 더 중점을 줄 수 밖에 없다"며 "박지성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팀워크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종도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