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 시위 김동애 씨 "사통위 안은 기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는 시간강사제 폐지를 내걸고 무려 1천149일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동애(63)씨의 천막이 자리 잡고 있다.

김씨는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투쟁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최근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30여년 만에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사흘이 지난 28일 그의 천막을 찾았다.

'장장 3년 넘게 끌어온 투쟁에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다' 같은 감동적인 소감을 기대했지만, 김씨의 반응은 뜻밖에 냉랭했다.

그는 오히려 "사통위 안은 기만책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사통위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기존 시간강사를 강사라는 명칭으로 바꿔 교원지위를 부여하고, 계약기간을 현행 학기 단위에서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국립대 기준 4만3천원 수준인 시간당 강의료를 2013년까지 8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김씨는 개정안의 문제점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는 시급제를 유지하는 한 시간강사제는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시간강사라는 용어 자체가 시급을 받는 강사라는 뜻이다. 이름만 바꿔 강사라고 부르면 뭐하나. 적어도 시급제는 폐지해야 '시간강사제도를 없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번째는 개정안에 정규직 교원의 비정규직화를 고착화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통위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함께 대통령령인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도 함께 발표했다.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 제6조 4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해 확보해야 하는 교원에는 강사 및 겸임 교원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대학의 경우 그 정원의 5분의1 범위 안에서 이를 둘 수 있으며…'라고 규정했다.

김씨는 "사통위 안에 따르면 현재 법정교원인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의 20%를 시간강사로 채울 수 있다"며 "결국 사통위는 시간강사제를 더 공고히 하고 정규직 교원의 자리를 비정규직 강사로 채우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발의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김씨는 "세 가지 안 모두 시급제 대신 연봉제를 도입하고,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면서도 정규직 교원의 비정규직 전환을 막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사통위안은 이미 논의 중인 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1999년 7년째 일하던 대학이 갑자기 '대우교수'라는 직함을 없애고 강사료를 절반으로 줄이자 직위해제 및 감봉 무효 청구소송을 냈으며, 비정규교수노조의 교원법적지위쟁취특위 위원장을 맡아 2007년 9월부터 천막을 지키고 있다.

'한 달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투쟁을 시작했다는 그는 어느덧 천막 안에서 네 해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시간강사제 폐지 발표에 훈풍이 불었을 것으로 넘겨짚고 찾아간 그의 천막에는 여전히 한겨울 삭풍이 맴돌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