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국내외의 주요 정책에서 하나둘 과실을 따고 있다. 무엇보다 1년여 공을 들인 의료보험 개혁법을 지난 23일 통과시켜 100년 만에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27일에는 러시아와 핵무기 감축을 위한 새로운 협정을 마침내 타결했다. 이제 관심사는 월가 개혁안 추진과 국제 금융 및 통상에서 제기할 그의 목소리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협정에 공식 합의했다. 두 사람은 다음 달 8일 체코 프라하에서 새 협정에 공식 서명할 예정이다. 새 협정은 지난해 12월 만료된 START-1을 대체한다. 현재 2200기에 달하는 장거리 핵탄두를 30%가량 감축하고,지상 및 해상 배치 미사일 등을 1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어 28일 사전 발표 없이 대테러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이는 취임 이후 첫 방문으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전투 중인 미군들을 격려하기 위한 행보다. 국내 최대 과제였던 의보개혁 법안을 처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외 과제 해결에 보다 여유를 가진 것이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에 3만명의 추가 파병을 결정했으며 2011년 중반부터 철군을 시작할 방침이다.

관심은 포기하지 않는 오바마의 이런 리더십이 국내외 주요 경제정책에서도 성과를 낼지 여부다. 당장 의보 개혁법안이 통과되자 그의 주례 라디오연설 주제는 금융감독 개혁법안을 서둘러 처리하자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월가에 재차 경고탄부터 날렸다. "금융감독 개혁법안을 저지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로비스트 군단을 보낸다면 맞서 싸울 태세가 돼 있다"며 결연한 의지도 보였다. 다만 대형 은행들의 위험한 투자와 마구잡이식 덩치 키우기를 규제하는 '볼커 룰'의 경우 상원 금융위원회는 통과했지만 전체회의 가결을 장담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 200만개도 창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국가수출 구상' 아래 수출 진흥 내각까지 꾸렸으나 정작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는 제자리걸음이다. 공화당은 "한 · 미 FTA야말로 돈 안 드는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면서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도 미국이 한 · 미 FTA를 비준하지 않을 경우 34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상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자신의 지지 기반인 미국자동차노조(UAW)와 비준을 거부하는 민주당을 상대로 또 한번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외교사안도 수북이 쌓여 있다.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는 난제이며,기후변화 대응과 중동 문제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2차 관문을 하나씩 넘어야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보이고,자신의 재선 도전에 대한 윤곽도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