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님,땀 좀 흘리시는데요. " "이왕에 어려운 걸음하신 거 흙 좀 많이 얹어 드려."

이진배 삼성물산 건설부문 상무(국내건축사업부)가 흙지게를 졌다. 흙을 퍼서 지게에 얹는 사람은 정영택 전 영훈고등학교 교장.지금까지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 만난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건설)이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랑의 집짓기(해비타트)' 충북 천안 현장이다.

'서울 강북구 도봉 정비사업조합 연합회 모임'소속 회원과 삼성건설 직원 20여명은 지난 16일 하루종일 흙을 퍼다 나르고 마감공사를 진행했다. 삼성건설의 해비타트 사업은 올해로 10년째다. 그런만큼 노하우도 많다. 얻은 보람은 더 크다. 삼성건설은 한국경제신문과 함께하는 '1기업 1나눔'캠페인에 참여,해비타트를 통한 사회공헌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247세대의 행복

해비타트라고 하면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집을 짓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해비타트 운동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삼성건설.해비타트가 삼성건설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국내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2000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해비타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해 전남 광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부지매입비 24억원을 포함해 43억6000만원을 지원했다. 그동안 삼성건설의 도움으로 내집 마련의 기쁨을 누린 무주택세대는 247세대나 된다.

삼성건설은 단순히 금전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집짓기에 직접 나선다. 지금까지 3000여명의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 해비타트 활동에 참여했다. 직원들은 일반인 자원봉사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하절기에 자원봉사를 집중한다. 가족들과 함께 집짓기 현장에 나오는 직원들도 많다.

충남 천안 현장에는 홍창균 현장소장 등 3명의 직원들이 아예 상주한다. 기술도 지원하고 품질도 관리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한국해비타트의 이종태 사무국장은 "삼성건설에서 택지조성 공사 등 토목공사를 지원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해비타트 사업지에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많다보니 안전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은데 현장에 나와 있는 삼성건설 직원들이 책임져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해비타트는 '착한 마케팅'

삼성건설의 이 같은 활동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회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가까이서 몸을 부대끼며 삼성건설 직원들의 시공 모습을 접한 사람들이 삼성건설과 '래미안'이라는 아파트 브랜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운호 서울 미아6구역 재개발조합장은 "미아6구역은 삼성건설이 시공해 내년 봄에 입주할 예정인데 아파트와 연립주택의 차이는 있겠지만 내가 살 집을 미리본다는 생각으로 오게 됐다"고 자원봉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건설회사 브랜드나 자재는 둘째 치고 일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경험을 통해 완전히 신뢰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회사의 팀워크를 향상시키고 직원 업무에 대한 가족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진배 상무는 "분기마다 회사 임원들과 협력회사 사장들이 현장에 와서 함께 땀을 흘리며 해비타트에 동참하고 있다"며 "부서나 현장 단위로 조직개발 훈련의 일환으로 집짓기를 하고 있는데 팀워크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창균 현장소장은 "건설회사에 다닌다고 해도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던 아이들이 함께 일하며 얻어가는 게 많다"고 전했다.

◆앞으로 3년 동안 40채 추가 공급 예정

삼성건설은 앞으로 3년 동안 천안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함께 해비타트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2010년 12채,2011년 16채,2012년 12채 등을 지어 자활의지가 있는 무주택자들에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 주택을 공급받으려면 무주택자이면서 집짓기 현장에서 400시간 이상 봉사해야 한다. 부지매입비와 터닦기 비용은 삼성건설 등에서 지원한다. 건축비 원가만을 이자없이 20년간 분할상환하면 된다.

한국경제신문은 삼성건설의 천안 해비타트를 적극 지원하게 된다. 여기에 참여를 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은 한국해비타트(전화 02-2267-3702)로 문의하면 된다. 봉사는 하루 단위로 이뤄진다. 가족 단위로도 참여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점심값과 상해보험 등으로 1만3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천안=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