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부터 시작되는 2010학년도 수시모집을 앞두고 동아리활동 · 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 활동을 통칭하는 '스펙'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를 급조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자기소개서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 줄이라도 경력을 추가하기 위해 동아리를 급히 만드는 학생들이 늘고있다. 서울의 G고교에는 올 들어 3개 동아리가 신설됐다. 리더십을 강조하는 최근 대입 경향을 고려해 동아리 임원 경험이 있다고 쓰려는 학생들이 늘어난 탓이다. G고교의 한 학생은 "몇명이 모여 만든 동아리 이름에 '전국'이라는 명칭을 쓰거나 '국제네트워크'라는 식으로 뻥튀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B고교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3학년 학생 10여명이 잇달아 헌혈을 하고 장기기증을 서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사 김모씨는 "장기기증이나 헌혈과 같은 선의의 활동이 대입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가 헌혈을 하고 왔다"고 전했다. 국내외 단기 집중 봉사활동도 수시모집을 앞둔 학생들의 단골 메뉴다.

급히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을 겨냥한 '번개 토론대회'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인터넷에 토론대회가 열리는 지역 · 시간 · 주제 등을 공지한 뒤 '번개'처럼 순식간에 대회를 열고 참가증명서나 수료증을 받아가도록 한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울 현대고 3학년 정영훈군은 "급조된 토론대회는 대부분 일회성"이라며 "대회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참가하기 때문에 사실상 참가비와 수료증을 맞바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급조한 자신의 자기소개서나 스펙 내용을 인터넷에 올려 서로 비교하고 '업그레이드'하기도 한다. 인터넷에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되는 정보라며 2학기 중 열리는 사설기관의 대회 목록을 줄줄이 올려놓고 참조하는 사례도 잦다.

스펙 부풀리기에 대해 일선 대학들은 부정적이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는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들의 진실한 모습을 보려 노력할 것"이라며 "질문을 여러 차례 던져보면 포장된 모습인지 아닌지가 금방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