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은 위기로 다져진 회사다. 난관에 봉착할수록 특유의 저력으로 돌파하는 '잡초 근성'을 지녔다. 지난 10년간 갖은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데서 대우건설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도 평상시 "(대우건설) 조직 문화와 조직원들 가슴 속에는 '위기에 더 강한 DNA'가 있다"며 "우리는 보통 기업이 겪는 웬만한 위기 상황을 모두 돌파한 경험이 있다"고 말해 왔다.

1973년 11월 설립된 대우건설은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건설 동아건설과 함께 해외 건설시장을 주름잡았다. 국내에서도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경부고속철도,시화호 조력발전소,거가대교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맡아 이름을 날렸다. 국내 아파트 시장에서는 '푸르지오'라는 브랜드로 GS건설의 '자이',삼성물산 '래미안',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과 함께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체로 자리 잡았다.

대우건설이 시련기에 접어든 것은 외환위기 이후부터다.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대우건설은 2000년 3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했고 그 해 12월 그룹에서 분리됐다. 하지만 우수한 인력과 국내외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2003년 12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2006년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건설사 시공능력 평가 1위에 올랐다. 이후 작년까지 3년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우건설의 저력은 뛰어난 인적 자원에서 나온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6년 1월 대우건설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직후 "누구를 시켜서 대우건설 사람들의 능력을 알아 보라고 했는데 회사도 좋지만 사람들 능력도 최고인 것 같다"며 "대우건설의 인재들을 꼭 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재매각 소식을 접한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적지 않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새 주인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외 수주 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재매각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며 "하지만 뛰어난 인적 자원과 시공 능력 등을 이미 인정받고 있어 국내외 수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