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 전 세계로 확산된 신종 인플루엔자(신종 플루)에 대한 경보를 '대유행(팬데믹)'을 의미하는 최고 단계인 6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WHO의 대유행 선언이 신종 플루의 '지리적 확산'에 따른 조치일 뿐 질병의 '심각성'을 고려한 게 아닌 만큼 전 세계는 차분하게 대응했다. 한국 정부도 경보단계를 현행과 같은 '주의'로 유지하기로 했다.

WHO는 11일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마거릿 찬 사무총장 주재로 제4차 비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세계가 21세기의 첫 인플루엔자 대유행 초기로 접어들게 됐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찬 총장은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그다지 위험도가 강하지 않으며 이번 6단계 격상 결정은 신종 플루 바이러스의 '지리적 확산'을 반영한 것일 뿐 '심각성 정도'를 고려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WHO 측은 이어 "국경 봉쇄를 권고하지 않으며 따라서 여행과 무역에 대한 제한 조치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전 세계가 바이러스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WHO의 '대유행'선언으로 여행금지나 무역제한과 같은 경솔하고 차별적인 조치들이 나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74개국에서 2만8000여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144명이 사망한 상태다. 국내 신종 플루 환자는 58명이다.

세계 각국은 WHO의 경보등급 격상에 차분하게 대응했다.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WHO의 대유행 선언에도 불구,국내 경보단계를 올리지 않기로 했다.

WHO도 신종 플루의 유독성이 미미하다고 판단,현재 생산 중인 계절플루용 백신을 신종 플루로 전환하는 것도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 정부도 12일 관계부처 및 전문가로 구성된 긴급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국내 위기 경보단계를 현행과 같은 '주의'로 유지키로 했다. 지금까지 발생한 신종 플루 환자 대부분이 해외 유입 및 제한된 범위의 긴밀 접촉자인 데다 아직까지 지역사회 전파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가을철 대유행 등의 우려가 큰 만큼 추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1만 병상 규모의 격리병상을 지정하고 추경예산 182억원으로 신종 플루 백신 130만명분을 조기에 확보할 계획이다.

서욱진/김동욱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