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폐경기를 넘긴 50세 이상 여성이 전체 여성의 22.3%를 차지한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에는 이 비율이 43.2%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폐경 이후의 건강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폐경기증후군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편의상 이런 증상들의 진행 과정을 초기,중기,말기로 나눠볼 수 있다. 초기 급성 증상의 가장 흔한 모습은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열성홍조와 잘 때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야간발한 같은 혈관운동성 증상이다. 열성홍조는 여성의 약 75%가 경험하고,25%는 5년 정도,5%는 폐경 이후 지속적으로 겪게 된다. 증상의 평균 지속시간은 3분 정도.신체에 별로 해는 없으나 이로 인한 만성 수면장애나 피로가 문제가 된다. 아울러 기분 기억력 성적기능 등 3대 변화로 갱년기 여성의 25~50%가 우울증, 불안, 짜증, 의욕 상실, 신경 과민, 기억력 감퇴, 집중력 소실, 성기능 저하 등을 겪는데 이는 노화라기보다는 폐경과 관련이 있다.

중기 아급성 증상은 콜라겐 등 교원질이 줄어들어 비뇨생식기계의 위축과 피부노화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질 건조감,성교통,반복적인 비뇨기계 감염,빈뇨,배뇨 곤란을 동반하는 요도증후군 등이 오고 폐경 후 15~20년이 되면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비뇨생식기계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피부탄력을 유지해주는 교원질이 폐경 후 첫 5년간 약 30% 소실되므로 피부가 얇아지고 쉽게 건조해지고 상처를 입는다. 이 시기에 요실금 및 배뇨장애가 초래되고 근골격계 통증이 유발되는 것도 교원질 소실 때문이다.

말기의 만성 증상으로는 골다공증 뇌 · 심혈관질환 노인성치매 등이 나타나며 난소의 기능부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선진국의 경우 여성 사망 요인의 거의 절반이 뇌 · 심혈관질환이다. 미국의 경우 50세 이상 여성의 54%가 골감소증(초기 골다공증)이다. 30%가 골다공증이며 이 중 51%가 골절을 동반한 심한 상태로 추정되고 있다. 관심이 점점 커지는 치매는 60세 이상 여성의 5%가 갖고 있으며 65세 이후가 되면 4~5년마다 2배씩 증가해 85세가 되면 약 40%의 여성이 이 질환에 걸린다.

이 같은 폐경에 대한 대처는 50세 전후에 급감하는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50~79세의 건강한 폐경기 여성 16만1808명을 대상으로 수년간에 걸쳐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을 투여한 대규모 임상시험 연구 결과(WHI)에 따르면 이 치료가 오히려 심혈관질환 뇌졸중 유방암 치매 등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돼 왔다. 하지만 현재의 중론은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폐경 여성에서의 호르몬요법은 치료의 이득이 손실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에스트로겐 보충요법은 폐경 초기에 나타나는 안면열성홍조나 야간발한 등의 혈관운동성 증상과 정신적 심리적 증상에 효과적이다. 특히 열성홍조는 치료 후 수일~수주 안에 소실된다. 우울증 감소,기억력 유지,성기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준다. 비뇨생식기의 위축을 예방하고 골량 감소 및 피부 노화를 지연시키는 작용이 있다. 치매,대장암과 직장암에 대해서도 유익한 효과를 낸다. 에스트로겐이 금기이거나 적합하지 않은 여성이라면 티볼론이나 프로게스토겐이 두 번째로 효과적인 치료제다. 이 밖에 항우울제,클로니딘,메틸도파,벨라돈나알칼로이드 등이 사용될 수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에스트로겐 요법에 대한 세 가지 효과(적응증)를 인정했다. 폐경과 연관된 혈관운동성 증상 치료, 질 위축 치료,골다공증 예방 등이다. 다만 호르몬 요법은 간기능에 이상이 있거나,유방암 혹은 자궁내막암을 가졌거나,질 출혈이나 혈전색전증이 있는 경우 금기다. 최근엔 에스트로겐 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저용량 호르몬요법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박형무 교수 < 중앙대 용산병원 산부인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