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社 CEO 로저스, 오바마 '경제 오른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이 확정된 지난 5일 처음 찾아간 곳은 시카고 시내에 있는 에어리얼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이었다. 이 투자회사의 설립자인 존 로저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50)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바마는 이곳에서 여섯 시간 동안을 머물며 최우선 정책과제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오바마노믹스'(오바마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로저스는 경제 분야에서 오바마의 오른팔 역할을,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은 정치와 정무 분야에서 왼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로저스가 은둔의 펀드매니저에서 일약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왕(오바마)'의 남자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가 오바마에게 각종 경제 현안에 관한 조언을 하는 핵심 조력자라는 얘기다.

로저스는 선거날 농구를 하면 항상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오바마가 지난 4일 대선 때 함께 농구를 즐겼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다. 오바마와 로저스 간 만남에도 농구가 한몫 했다. 로저스를 오바마에게 소개시켜 준 사람은 차기 퍼스트 레이디 미셸의 오빠이며 오리건주립대학의 농구팀 수석 코치로 일하고 있는 크레이그 로빈슨.로저스와 로빈슨은 프린스턴대 농구팀에서 함께 선수로 뛰었던 인연을 갖고 있다.

로저스는 오바마와 인연을 맺은 뒤 그를 시카고 투자회사와 경영인들에게 소개해 오바마의 경제 인맥을 형성하고 정치 후원 모금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바마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 소개해 준 사람도 다름아닌 로저스다. 로저스의 포커 친구인 레그메이슨펀드의 매니저 빌 미러는 그를 "이념 같은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탁월한 판단력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로저스는 그러나 오바마의 공식 경제팀 후보로는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고 있다. 그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오바마의 뒤에서 보이지 않는 핵심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WSJ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로저스는 "오바마를 금융계 대표와 대기업 및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연결해 주는 연락책에 불과하다"며 "오바마 경제팀의 일원일 뿐 실세란 말은 맞지 않는다"고 애써 역할을 축소했다.

그가 이끄는 에어리얼인베스트먼트는 흑인이 이끄는 펀드로는 미국 내 최대 규모로 70억달러가량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투자 성적표는 좋지 않은 편이다. 주로 주가가 싼 가치주에 투자했지만 금융위기 속에서 대부분 폭락했다. 13억달러 규모의 대표 펀드인 에어리얼펀드의 올 수익률은 마이너스 47.5%.S&P500 지수 하락률 36.6%를 밑돌고 있다. 지난 3년간 누적 수익률도 마이너스 17%로 역시 같은 기간 S&P500 지수에 비해 뒤처져 있다.

한편 정권 인수와 백악관 참모진 구성을 총괄하는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이매뉴얼 하원의원은 냉정한 오바마와 호흡을 맞춰 주로 정무 분야에서 오바마의 추진력을 보완할 전망이다. 이매뉴얼 의원은 '싸움닭' 또는 '람보'로 통할 정도로 강성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오바마가 자신의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인물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데엔 그의 저돌적이면서 실용적인 기질을 앞세워 국정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