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인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이번 대선의 핵심이슈로 떠올랐다. 미국의 자동차 '빅3'는 표를 미끼로 대선후보들에게 공적자금 투입에 찬성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기업가정신을 잃어버린 부끄러운 행동이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일찌감치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 역시 지난주 같은 배를 탔다. 양측의 '변화'이니 '부정부패 척결'이니 하는 슬로건은 잠시 여기서 접어두자.미국은 지금 자동차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아니 '도덕적 해일'의 그림자 아래 놓여있다. 1980년대 크라이슬러의 재정 위기를 국민들이 떠맡았을 때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 미 의회는 250억달러를 저리에 모기지 회사들에 빌려주도록 허용했다. 올해도 똑같은 방식으로 미 자동차업체들에 혜택을 줄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잘못된 것이며,기업들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

미국의 양대 모기지업체인 프레디맥과 패니메이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 있다면 영리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쓸데없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암묵적 지원은 신중치 못한 투자를 하도록 했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이제 지난주 일요일(7일) 공개석상에서 이들을 도와주도록 만들었다.

미 3대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 10년간 경영실적 악화에 노조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경영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GM을 비롯한 대형 자동차 업체들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주며,임원들에게 막대한 보너스를 지급해왔다. 반면 모기지로 어려움을 겪은 은행업계는 인원을 감축하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내서 직원들이 혜택을 받고 주주들이 이익을 본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유일한 경우는 그 기업의 붕괴가 국가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때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자동차 '빅3'에 혜택을 주는 이유는 무엇을 피하고 싶어서인지 알 수 없다. 미국인들이 앞으로 '혼다'나 'BMW'만 타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일까.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는 도요타다. 수입차들이 시장을 잠식한다 할지라도 미국인들이 여전히 사고 싶어할 만한 미국 차들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인들은 제조사에 상관없이 좋은 차를 구입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대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이러한 지원은 대형 업체뿐만 아니라 모든 자동차기업이 받아 더 나은 자동차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연비 좋은 차량과 대체연료 자동차 시장이 아무리 좋아보여도 우리는 결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정리=고희석 인턴(한국외대 4년) sanochi1031@naver.com

◇이 글은 폴 인그라시아 전 월스트리트저널 디트로이트 지부장이 '디트로이트의 협박 시도, 부끄러운 줄 모르나(Detroit's Blackmail Attempt Is Beyond Shameless)'라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