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호명투표 중단시킨채 환호추대 유도

미국 민주당은 27일(현지시간) 오후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센터에서 열린 사흘째 전당대회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당의 대선후보로 정식 지명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의원은 미국 역사상 주요 정당 후보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며, 28일 인베스코 풋볼경기장에서 7만5천여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는 전당대회 최종일 행사에서 후보지명 수락 연설을 하게 된다.

이날 민주당의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절차는 호명투표 방식으로 50분 정도 진행됐으나, 뉴욕주 대의원 투표결과 발표과정에서 힐러리가 직접 대의원석에 나와 "오바마를 대선후보로 선언하자"고 전격 제안, 나머지 주들의 투표결과에 관계없이 오바마를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힐러리는 "우리의 눈을 미래에 놓고, 단합의 정신으로, 승리를 목표로, 그리고 우리 당과 국가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한 목소리로 오바마를 우리의 후보로 선언하자"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힐러리는 전날 연설을 통해 "오바마는 나의 후보"라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데 이어 이날도 호명투표가 끝까지 진행되는 것을 막고 직접 오바마의 승리를 선언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애초 민주당 일각에서는 힐러리가 후보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달라고 집요하게 요청한데다 힐러리 지지자들도 막판까지 표대결을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 호명투표 과정에서 잡음이 예상됐으나, 힐러리는 극적인 행동으로 그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앞서 호명투표는 사회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앨라배마주를 시작으로 알파벳 순으로 50개 주와 미국령인 사모아 등의 이름을 호명하면, 대의원 대표가 기립해 후보명단에 오른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에 대한 자체 투표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뉴욕주 이전까지 호명투표에서는 힐러리가 경선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와 관계없이 오바마를 지지해 달라고 미리 요청해 놓은 탓인지 실제 경선결과를 크게 웃도는 대의원들이 오바마를 지지했다.

앞서 힐러리는 호명투표에 앞서 덴버시내에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나 "나는 여러분의 의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풀어주겠다"며 대의원 자유의사에 따른 투표를 유도했다.

(덴버<콜로라도주>연합뉴스) 고승일 김재홍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