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는 박정희 정권이 탄생한 이듬해인 1962년에 태어났다.

토지공사는 이로부터 13년 뒤인 1975년에 설립됐다.

주공은 서민들에게 싼 아파트를 지어 공급해주는 게 본업이다.

토공의 임무는 공공택지 조성이다.

주공과 토공은 설립목적이 다른데도 주공의 선공을 계기로 서로 영역을 야금야금 침범했다. 일각에선 '이란성 쌍둥이'같다는 말이 나온다.

같은 부모(국토해양부) 아래 하는 일이 닮았기 때문이다.

연봉만 봐도 4385명이 일하는 주공 직원 평균이 4100만원으로 2805명의 식구를 둔 토공 4000만원과 엇비슷하다.

주공ㆍ토공의 경계선이 허물어지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24일 역할 조정을 관련부처에 지시했다.

판교신도시를 보자.개발면적이 분당의 절반인 930여만㎡로 요즘에는 중규모 택지지구에 불과하지만 개발주체는 토공,주공에다 성남시,경기도시공사까지 4곳이나 된다.

'지으면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지가 좋다보니 수지 맞는 장사에 너도 나도 숟가락을 얹어놓았다.

서민주택을 짓는 주공이 40년 만에 분양가가 8억~10억원 하는 중대형 아파트를 분양한 곳도 바로 판교였다.

정부는 고가 분양과 투기억제를 위해 공영개발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빚더미에 올라 있는 주공의 자금난을 덜어주려는 속내가 담겨있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신도시 하나를 개발하는 데 주공과 토공이 동시에 뛰어든 데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

정부는 1995년 주공의 택지개발을 허용한 데 이어 2003년 '정부정책상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 택지면적 100만㎡ 이상도 주공에 허용했다.

토공 역시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조성택지의 주상복합단지 건설에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작년엔 정부에 떠밀려 '비축용 임대주택'사업에 진출하려다 주공 반발로 무산됐다.

주공과 토공의 경쟁은 아파트 분양가나 땅(택지)값 인하 효과로 이어지기는커녕 되레 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넓은 땅이 있는 곳마다 선점경쟁을 벌이면서 땅값을 밀어올리고,민원을 의식한 이른바 '퍼주기식 보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공ㆍ토공이 그토록 듣기 싫어하는 '집장사ㆍ땅장사'라는 오명도 여기서 나왔다.

주공과 토공은 이제 '도시재생'사업에서도 한 판 붙을 태세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대규모 택지개발 수요가 갈수록 줄다보니 두 기관 모두 미래의 '먹거리'로 점찍어 놓았다.

참여정부가 추진해 온 행복ㆍ혁신ㆍ기업도시 등 균형발전사업,국민임대주택 100만가구 공급정책 등으로 두 조직은 비대해진 데다 부채증가로 경영부실마저 우려된다.

두 기관의 부채는 합쳐서 50조원(부채비율 300%)을 넘었다.

주공ㆍ토공의 기능조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3년 이후 여섯 차례나 기능조정ㆍ통폐합ㆍ민영화 등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1년에는 통합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는 전문기관의 용역결과에 따라 결국 기능조정으로 선회했다.

정부는 주공ㆍ토공 역할 재정립 문제를 낙하산 인사 자리 하나 줄이는 게 아닌 소비자인 국민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차장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