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해 치밀한 범행.체포대응 준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가능성도 있어

이혜진(11).우예슬(9)양 유괴.살인사건 피의자 정모(39)씨가 검거된 지난 16일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된 18일까지 연일 '예상하지 못한 주장과 행태를 보이고 있어 그 저의가 의심된다.

검거 직후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던 그가 하루 뒤 '두 어린이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가도 다시 '교통사고로 아이들이 숨졌다'며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어 고도로 계산된 진술과 자백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5시께 안양시 만안구 안양8동 문예회관 인근 상가에서 실종된 이양과 우양의 유괴.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정씨가 경찰에 체포된 것은 사건 발생 83일 만인 지난 16일 오후 9시 25분께.
정씨는 충남 보령에서 체포된 직후 수사본부가 차려진 안양경찰서로 이송될 때까지 정씨는 경찰에게 '나는 두 어린이를 모른다.

내가 살해하지 않았다'며 범행 자체를 극구 부인했다.

이어 안양경찰서에 도착해서도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 분명하고 또렷한 어조로 '혜진이 예슬이를 모른다.

억울하다'고 말해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참회의 말을 기대했던 취재진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정씨의 이러한 태도가 체포된 직후 일부 강력범들이 보이는 '방어기전'이라고 보고 정씨가 빌린 렌터카에서 피해자들의 혈흔이 발견된 증거를 제시하면 범행을 자백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경찰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줄곧 범행을 부인하다 체포 15시간 만인 17일 낮 12시께 '혜진양과 예슬양을 살해해 하천에 버렸다"고 범행을 자백했지만 범행 동기와 과정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범행 당일 대리운전 일을 나갔다고 주장한 그는 두 어린이 실종 당일 부터 이틀간 대리 기사 일을 하지 않은 내용이 드러나 있는 근무기록을 경찰이 들이 밀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백한 것이다.

정씨는 구속영장 신청기한인 18일 "교통사고로 두 어린이를 죽였고 시신은 화장실에서 처리했다"며 이전의 자백에서 조금 더 나아간 자백을 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집중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우발적인 교통사고로 인한 범죄로 몰고 갔다.

이처럼 정씨가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경찰에 자신만이 알고 있는 범행정보를 조금씩 흘려줄 뿐 아니라 형량 산정에 참고가 되는 범행 동기를 바꾼 것은 이전부터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일고 있다.

정씨를 체포한 다음날 경찰은 브리핑에서 "정씨가 오랫동안 철저히 준비해와서 증거 확보와 범행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

또 경찰이 정씨의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머리카락은 썩는다, 호매실IC, 토막, 실종사건' 등의 단어를 정씨가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정씨가 범행 후 체포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해 왔고 자신이 계획한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게 했다.

일부 범죄전문가의 분석을 빌려 보면 정씨가 평소 말수가 없는 선량한 사람으로 이웃에게 기억되고 있고 검거 후에도 억울함과 무죄를 주장한 것을 보면 정씨가 평소에는 선량한 시민으로 가장해 있다가도 잔혹한 범죄를 서스름없이 저지르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전형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안양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