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경선 끝이 안보인다‥"승부 제자리로" vs "확정 미뤄졌을뿐"
"이제 대선과 미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힐러리) "이번 선거결과에 관계없이 우리가 이길 것이다"(오바마).

4일 치러진 '미니 슈퍼화요일'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자신감이 가득했다.반면 끝장을 보겠다고 나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당황한 표정이면서도 특유의 변화론을 내세우며 대세론 지키기에 나섰다.

힐러리가 이날 실시된 4개주 경선에서 예상을 깨고 텍사스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 등 3개주에서 승리함으로써 민주당 경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지난달 5일의 '슈퍼화요일' 이후 오바마에게 11연패를 당하면서 사퇴 위기까지 몰렸던 힐러리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하고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역사를 쓸 수 있는 발판을 다시 마련한 셈이다.

특히 대의원 수가 많은 뉴욕 뉴저지 캘리포니아에 이어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승리를 거둬 주에 배정된 선거인 수를 승자가 독식하는 본선거에서 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명분까지 안게 됐다.힐러리는 이 여세를 몰아 188명의 대의원을 뽑는 4월22일의 펜실베이니아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칠 것을 자신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대선 역사에서 오하이오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다는 점도 힐러리 진영을 고무시키고 있다.

힐러리는 이날 밤 오하이오 선거본부에서 가진 연설에서 "오하이오에서 이기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더 이상 약속이나 말이 아니라 해결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오바마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공화당의 매케인 대선후보와의 토론을 기대한다"고 밝혀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힐러리가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배수진을 친 선거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특히 경제 문제를 주된 이슈로 들고나와 경기가 좋지 않은 오하이오에서 압승을 만들어 냈다.안보 문제에 관심이 높은 텍사스에서는 국가안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준비된 대통령'의 면모를 과시한 게 주효했다.선거이슈의 선점과 선거밭 곳곳을 발이 닳도록 누빈 부지런함이 기사회생의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번 미니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끝을 보겠다며 물량공세를 퍼부은 오바마로선 상승세에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됐다.
美민주당 경선 끝이 안보인다‥"승부 제자리로" vs "확정 미뤄졌을뿐"
특히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으로 나왔던 텍사스에서 패함으로써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오바마 진영에선 최근 발생한 논란이 악재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즉 표를 얻기 위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과장했다는 의혹과,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일리노이주 부동산 개발업자 안토인 레즈코와 오바마의 관련 의혹 등이 적지않은 타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이는 일과성인 만큼 대세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오바마는 이날 밤 텍사스에서 행한 연설에서 "여전히 대의원 수에서 앞서 있다"며 "미국은 변하고 있으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후보 확정이 연기된 것일 뿐 변한 건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힐러리가 기사회생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여전히 오바마가 유리한 국면이다.CNN 집계에 따르면 오바마는 이날 현재 1451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힐러리(1365명)를 86명 차로 여전히 앞서고 있다.

앞으로 남은 경선의 대의원 수가 611명에 불과해 힐러리가 이를 뒤집기는 만만치 않다.

따라서 분수령은 188명의 대의원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주 코커스(당원대회)가 될 전망이다.이곳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오바마와 힐러리는 이에 앞서 오는 8일과 11일 와이오밍주(대의원 수 18명)와 미시시피주(40명)에서 경선을 치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