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그 누구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불법 집회와 시위에 대해선 법과 원칙을 철저히 적용해 잘못된 시위문화를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얼마 전 민주노총을 방문하려다 이석행 위원장이 불법시위와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문을 취소한 것도 법과 원칙에 대한 그의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법과 원칙의 적용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잃어버린 10년' 동안의 친노(親勞)정권은 물론 그 이전의 김영삼 정권 때도 법과 원칙을 통해 '깨진 유리창'을 갈아 끼우겠다고 외쳐댔다.하지만 그 약속은 지금껏 지켜지지 않고 있다.의욕만 앞세운 채 섣불리 덤비다가 오히려 불법과 떼법에 무릎을 꿇은 적도 있다.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다가도 막상 불법파업이 터지면 뒷짐을 지는 '늑대소년식'의 관행으로 시위문화를 악화시키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법과 원칙을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선 몇 가지 기준과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일관성있고 단호한 법 집행이다.한번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를 위해선 정책집행자들의 자신감이 필수적이다.불법파업은 그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곤 한다.불법파업이라고 해도 생산차질을 거의 빚지 않는 경미한 사례도 있다.이 경우에도 흔들리지 말고 법과 원칙대로 집행하는 일이 중요하다.1982년 미국 관제사 파업 때 레이건 행정부가 파업가담자 대부분(1만1500명)을 대량 해고시킨 뒤 12년 동안 재채용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둘째,치밀한 전략전술도 필요하다.'법과 원칙'의 잣대를 함부로 들이댔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다.새 정부에선 공기업 민영화 등 노ㆍ정 충돌이 우려되는 핵심 이슈가 많다.전기 에너지 물 등 국가기간산업을 맡고 있는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업 노조원들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고 국민불편도 덩달아 늘어날 것이다.이러한 사태에 대비해 사전 계획도 철두철미하게 세워둬야 한다.대처 영국 총리가 1984년 2만여명의 탄광인원을 해고했을 때 탄광노조로부터 백기투항을 받아낸 것도 치밀한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당시 탄광노조원 17만명이 항의파업을 벌였지만 정부는 미리 석탄비축,대체인력 확보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함으로써 투쟁 1년 만에 최강성인 탄광노조의 무릎을 꿇게 했다.

셋째는 사법부의 무관용원칙 확립이다.검ㆍ경이 아무리 불법시위대를 검거해도 법원에서 법리와 노동기본권 등을 내세워 민ㆍ형사상의 책임을 가볍게 묻는다면 효과를 얻기 힘들다.홍콩당국이 2005년 말 폭력시위를 한 한국농민 시위대 11명을 무더기 구속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법원은 2006년 말 폭력시위가담자 7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이러다보니 외국에 원정시위를 할 때는 평화시위를 벌이지만 국내에선 쇠파이프와 화염병이 등장해 교통기능이 마비되기 일쑤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원칙과 기준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노동계의 투쟁만능주의에 싫증이 난 국민들은 법과 원칙을 통해 시위문화가 달라지기를 원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