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척 해봐야 도움 안돼…유튜브 합동토론회서 철저히 외면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공화당 대선 후보를 가리기 위해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 열린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 공화당 대선 합동토론회에서 부시 대통령이 철저히 외면당한 것.

CNN과 유튜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8명의 공화당 대선 주자 전원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하지만 이들 후보 가운데 어느 누구도 부시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려 들지 않았다.지지도가 바닥인 부시 대통령과 친숙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대선 가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후보들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 후보들은 민주당의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자주 거론하며 자신이 공화당의 유력 후보임을 과시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또 공화당 출신으로 인기를 누린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자주 언급됐다.

이번 합동토론회는 특히 유튜브의 정치 실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폭발적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동영상 질문이 5000건 이상 쇄도하며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 것.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지난 7월 미국 정치 사상 최초로 유튜브 대선 합동토론회를 벌였을 때의 동영상 질문은 2000여건이었다.당시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던 유튜브 토론회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특히 이 같은 정보기술(IT) 혁명이 정치 권력의 창출 과정에서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일반인뿐만 아니라 선거 전문가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공화당 토론회에서는 민주당 대선 토론회 때 자주 등장했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와 같은 이슈는 등장하지 않았다.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한·미 FTA의 경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었다.

또 불량 국가들과의 외교를 놓고 민주당 토론회에서 볼 수 있었던 대선 주자들 간의 차별화 시도도 없었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토론도 없었다.하지만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방문했던 존 매케인 후보와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론을 지지하는 론 폴 하원의원 간에 공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