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지났다.

2005년 5월 위성DMB,그 해 12월 지상파DMB가 전파를 타면서 '모바일TV'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DMB 이용자가 600만명을 넘어섰고 이르면 연말께 10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상만 놓고 보면 '모바일TV 세계 최강'이다.

한국처럼 지하철에서도,산꼭대기에서도,심지어 축구경기장에서도 휴대폰으로 TV를 시청하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DMB 사업자들은 수익모델 부재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부 사업자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사업을 그만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DMB는 과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1천억 쏟아붓고 매출은 고작 38억원


"콘텐츠 개발이요? 최소 비용이라도 건져야 사업을 계속 할 텐데 지금 매출로는 인건비와 경비를 충당하기도 어림없는 형편입니다."

지상파DMB 업체 관계자는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하소연했다.

DMB 이용자가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DMB 사업자들은 죽을 맛이다.

이용자가 늘어나도 매출은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적자의 터널을 벗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줄 알면서도 투자를 계속 해야 하는 실정이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DMB 이용자는 645만7000명.무료인 지상파DMB 이용자가 532만7000명,유료인 위성DMB 가입자가 113만명이다.

특히 지상파DMB 단말 보급은 올해 들어서만 거의 2배로 늘어났다.

한 달에 50만대가 팔릴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해외에서도 10여개 국가가 실험방송을 하는 등 호평받고 있다.


시청자 급증에도 광고주는 냉담


하지만 DMB 사업자들의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수도권 지상파DMB 6개 사업자가 지난해 시설 투자와 프로그램 제작에 쏟아부은 돈은 모두 1108억원.반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15개월간 벌어들인 광고매출은 38억4139만원에 그쳤다.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DMB의 유일한 수익원은 광고 수입이다.

하지만 광고주들은 지상파DMB에 광고 내길 꺼린다.

화면이 작고 시청 시간이 짧아 광고효과가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단말기 보급대수가 500만대를 넘어섰지만 광고주들의 인식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DMB 사업자들은 인건비도 건지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6개 지상파DMB 사업자 중 YTN DMB,한국DMB,U1미디어 등 비지상파 3사는 2005년에는 53억원,2006년엔 18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 유지비용만 5억원 이상이 드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내년엔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지상파DMB의 중간광고를 허용하기로 했고,정통부는 DMB 중계기의 일부 부품을 교체할 때 무선국 검사를 면제해 2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다고 지상파DMB 수익성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김윤섭 지상파DMB특위 사무국장은 "기존 방송과 다른 새로운 미디어라는 점을 감안해 여기에 맞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자 눈덩이 … 인건비도 못 건져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는 가입자 증가율이 기대치를 훨씬 밑돌아 올해 목표인 200만명을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중반께 손익분기점인 250만명을 돌파한다는 목표도 수정할 수밖에 없다.

흑자전환은 아직도 요원하다.

2005년 964억원,2006년 84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다행히 숙원인 지상파 재송신 문제가 일부 해결돼 숨통이 트이게 됐다.

TU미디어는 최근 MBC와 지상파 방송 재송신 계약을 맺고 수도권에서 시험방송을 시작했다.

앞으로 KBS,SBS 등과도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TU미디어 측은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하기 시작하면 가입자 증가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