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와 가족등록제 시행으로 호주 중심의 가부장제에서 벗어나 개인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구체화하게 됐지만 부작용과 혼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출생 혼인 입양 등 모든 기록이 하나에 표시되는 호적 등·초본 대신 용도에 따라 5개로 나뉜 증명서를 각각 발급받아야 하는 등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제가 폐지되고 성(姓)을 비교적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되면서 상속이나 채무관계 이전 등에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호주제가 폐지되더라도 상속 관계 자체는 달라지지 않지만 친척관계를 찾아내기가 이전보다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새 가족등록제에는 부모와 자녀 등 3대만 표시되고 형제자매가 제외됨에 따라 당장 3촌 관계를 입증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긴다.

현 호적제도에서는 할아버지의 호적등본만으로도 3촌 관계를 나타낼 수 있지만 세 제도에서는 부모와 할아버지의 가족등록부를 각각 찾아봐야 하는 등 한단계 더 거쳐야 한다.

만약 4촌 이상의 친척이 아버지의 성이 아닌 어머니의 성을 따를 경우 혼란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형제자매가 이민 가고 자녀없이 사망했다면 다음 상속 순위인 6촌 등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채무를 이전할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림계 등에서는 "역사를 통해 대물림해온 가문과 족보가 없어진다"며 여전히 호주제 폐지에 대해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게 되면서 족보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또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무의식 중에 근친 간 결혼이 이뤄질 수도 있다.

민법에는 8촌 이내의 혈족 간에는 결혼을 금지하고 있지만 8촌이라도 왕래가 거의 없고 자녀가 어머니 쪽 성을 따랐다면 무의식 중에 혼인할 가능성도 있다.

또 법으로는 허용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동성동본 간 결혼을 꺼리는데 앞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사례가 늘어나게 되면서 동성동본의 구분조차 불가능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증명서의 종류가 5개로 늘어남에 따라 발급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제도에서는 입양이나 이혼경력 등 사생활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위해 호적등본을 대체하는 5개의 각각 다른 증명서를 용도에 따라 발급키로 했지만 기업 등에서는 입사지원자의 인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모든 증명서를 다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 관계자는 "호적등본과 동일한 개념의 '제적등본'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있을 수도 있다"며 "가급적이면 새 제도의 취지에 따라 필요한 용도의 증명서만 받도록 민관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정태웅/문혜정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