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를 인수키로 한 사모(私募)펀드 '서버러스 캐피털'이 어떤 회사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사모펀드의 무서운 '식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주목을 끌고 있다. 서버러스는 1992년 프린스턴대학의 테니스 챔피언을 지낸 스티븐 파인버그에 의해 설립됐다.

한동안 그렇고 그런 사모펀드로 지내다 작년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자회사인 GMAC의 지분 51%를 80억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사모펀드계의 '무서운 아이'로 등장했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대형 사모펀드들과 함께 미국 10대 사모펀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자동차 항공 군수 금융 건강 부동산 통신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38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투자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6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 식으로 하면 '문어발 식 재벌'이다.

서버러스가 최근 들어 주력하는 분야는 자동차.자동차 렌털 회사인 내셔널앤드알라모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자동차 부품 업체인 타워 오토모티브를 작년에 인수했다.

또 작년에 최대 자동차부품 회사인 델파이를 17억달러를 들여 인수하려다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 크라이슬러를 인수함으로써 자동차부품 회사와 렌트 회사,자동차금융 회사 및 완성차 회사를 거느리게 돼 말 그대로 '자동차 재벌'이 됐다.

서버러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머리가 셋 달리고 꼬리가 뱀인 지옥을 지키는 개를 의미한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사들여 회생시킴으로써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단기보다는 장기 투자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회사 측 설명이고 파산 직전의 회사를 인수한 뒤 이익이 나는 회사로 탈바꿈시켜 되파는 사모펀드임은 부정할 수 없다.

본사는 뉴욕.애틀랜타 시카고 런던 프랑크푸르트 도쿄 타이베이 등 9개 지사를 거느리고 있다.

서버러스가 무서운 성장세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인맥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2대 재무장관을 지낸 존 스노를 작년 10월 회장으로 영입했다.

아버지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댄 퀘일도 영입해 국제 부문 회장직을 맡겼다.

인맥으로만 보면 어느 사모펀드 부럽지 않다.

이런 인맥을 바탕으로 각종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끌어모으며 최근 무섭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사모펀드의 위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모펀드는 최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잇따라 대규모 인수합병을 성사시키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은 '사모펀드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