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비스타용으론 사양 부족" 지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올들어 대거 윈도 비스타 PC를 선보였으나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 미쳐 울상이다.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윈도 비스타 자체의 호환성 등 문제 외에도 이들 업체의 비스타 PC 중 상당수가 윈도 비스타용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뒤떨어진 사양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중요한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월부터 본격적으로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을 설치한 노트북 10종, 데스크톱 15종을 출시했으며, LG전자 역시 같은 시기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각각 10종, 6종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들어 3월말 현재까지 43만대의 PC가 팔렸으나, 이 가운데 비스타 PC의 판매량은 15만대로 전체의 35%선에 그쳤고, LG전자 역시 3월말까지 팔린 전체 PC 중에서 비스타 PC의 비중이 40%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이는 올들어 이들 업체가 기존 PC라인업을 대거 비스타 PC로 재편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 활동에 나선 것에 비하면 초반 성적이 좋다고 할 수 없고, 비스타 PC로의 빠른 수요전환을 예상했던 업계의 기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대체로 대기업 브랜드 PC의 한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대기업 PC가 가격대를 낮추기 위해 오래 전에 출시됐거나 기능이 떨어지는 부품을 채택하다보니 비슷한 가격의 중소기업 PC나 시중 전자상가의 조립PC에 비해 오히려 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홈 미디어 센터로서 윈도 비스타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원활히 뒷받침하지 못해 소비자가 비싼 값에 윈도 비스타를 구입하고도 PC 성능 탓에 주요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윈도 비스타 홈 프리미엄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사진과 동영상을 직접 골라 나만의 DVD 타이틀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지만, 정작 삼성전자의 비스타 노트북은 10종 중 단 2종만이 이를 지원하는 슈퍼 멀티 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있다.

LG전자의 비스타 노트북 역시 10종 중 단 3종이 슈퍼 멀티 드라이브를 채택했다.

또한 삼성전자의 비스타 데스크톱 역시 14종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종만이 윈도 비스타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듀얼코어 CPU를 채택하고 있을 뿐 대부분 펜티엄4나 펜티엄D 등 1~2년 전에 출시된 구형 CPU를 채택했다.

LG전자 비스타 데스크톱의 경우 2GB 메모리를 지원하는 제품이 1종도 없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비스타 PC의 대부분은 머리는 큰데 몸은 부실한 격"이라며 "가격의 거품을 빼고 기능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윈도 비스타 특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기업의 경우 연구개발비 투자로 인해 비용부담이 중소기업 제품에 비해 크다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보다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