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오후 하얏트 집회에 참가할 수 없는 사람 손들어봐요." "○○씨,내일 집회 참가할 수 있죠?" "오늘 집회 끝나고 뒤풀이는 어디서 할까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연장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 오후 8시40분께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주최한 촛불문화제가 끝난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한 반미단체 소속 회원들로 보이는 10여명이 모여 향후 집회 일정 등을 논의하고 있었다. 다음날 회원들의 집회 참가 여부를 마치 '출석 부르듯' 점검하고 있었다. 이들은 출석 체크가 끝나자 근처 '뒤풀이 장소'로 몰려갔다.

범국본이 주최한 이날 촛불문화제는 1시간30분 만에 '싱겁게' 끝났다. 300여명의 참가자들도 반미단체 등 특정 단체 소속 회원이 대부분이었다. 일반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FTA 시위가 '그들만의 리그'이기는 지난달 30일 저녁 집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촛불집회에 참가한 인원은 1천500명 정도. 넓은 시청 광장을 절반도 채우지 못했고 범국본이 기대했던 2만여명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특히 범국본 촛불집회 장소에서 집회를 하던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원회' 대학생들이 집회 인원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이날 오후 8시20분 시작된 촛불집회는 채 2시간도 안 돼 흐지부지 끝났다. 집회 동력을 잃을 것을 우려한 집행부는 서둘러 시위대를 청와대로 이동시키려 했지만 이 대열에 참가한 인원은 500명도 채 안 됐다. 그나마도 대학생 참가자들이 절반 정도. 인천 서구 성남동에서 올라 온 조모씨는 "주변 사람 4명과 함께 왔는데 우리같은 시민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며 시무룩해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사망한 '미순이·효순이'를 추모하는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 참여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시민들이 촛불시위의 의미에 동감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반FTA 촛불집회는 '그들만의 리그'로 일반 시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범국본 등 반FTA단체들은 시민들이 보내는 이 메시지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