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타결되었다. 쇠고기 자동차 등 핵심 쟁점들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의견차가 좀체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 마감시한을 48시간 연장하는 등 그야말로 산고 끝의 산물이다. 양국이 그만큼 이번 FTA 협상에 큰 의미를 부여했던 만큼 결렬이 아닌 타결로 매듭된 것은 양국 모두에 잘된 일이다.

협상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이번 한·미 FTA 타결 자체가 갖는 의미는 사뭇 크다. 다른 국가도 아닌 거대 선진경제인 미국과의 FTA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위협도 따르겠지만 새로운 기회도 그만큼 많이 열릴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미국과의 FTA를 성사시킴으로써 앞으로 보다 많은 국가들과 FTA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도 학보했다. 개방과 경쟁을 통해 우리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인 토대를 구축했다고 본다.

문제는 그와 같은 새로운 기회와 동력, 그리고 발전의 토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렸다는 점이다. FTA가 그 자체로 경쟁력 향상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이익을 극대화하고,피해는 최소화할지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협상 이후의 후속 대책에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 먼저 협상결과를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었는지를 명확히 설명하고 솔직하게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해야 할 것이다.

협상 내용에 따라 업종별,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지만 이 역시도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리가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업종이나 분야는 더욱 치밀하게 전략을 다듬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관세 인하 등에 만족할 게 아니라 한·미 FTA를 어떻게 기존산업의 혁신, 신산업 육성을 위해 최대한 활용할지 정부와 기업들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피해예상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신뢰할 만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협상 타결 내용을 바탕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업종이나 분야별로 얼마나 타격을 받는지 면밀하게 파악,분석하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안전망 장치가 긴요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함께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양보를 했다고 해서 해당 업종이나 분야를 포기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개방과 경쟁을 통해 오히려 경쟁력을 더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해당 업계나 분야에서는 꼭 한·미 FTA가 아니어도 경쟁력 차원에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이고, 보호의 장막이 궁극적으로 생존을 보장하는 수단이 결코 아니란 점을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제도 선진화의 속도를 높이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글로벌 스탠더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이런 제도적 측면의 개선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전근대적인 각종 기업규제의 혁파,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해소, 전투적 노사관계의 개혁과 노사 상생(相生) 기반 확충, 교육 의료 법률제도의 개혁 등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참으로 많다.

정치적으로는 국회 비준이 남아 있는 점도 당면한 과제다. 지금 우리 정치권은 연말 대선전과 맞물려 한·미 FTA를 두고도 심각한 대립과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순조로운 협정 비준을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렵사리 타결된 협상이 정치권에 의해 물거품이 된다면 그야말로 돌이키기 어려운 시대적 역행이 되고 말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하는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한·미 FTA를 정략적으로 악용해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길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일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무엇이 진정 국익(國益)을 위하는 길인지,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더 크고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FTA 말고 달리 대안이 있는지를 스스로 되물어 보기 바란다.

거듭 말하지만 한·미 FTA는 협상 타결로 끝난 게 아니라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차분하게 하나하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FTA도 한·미 FTA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중, 한·일 등 앞으로 다른 나라와도 FTA를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의 선진화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