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엊그제 발표한 '2007년 세계 2000대 기업'을 살펴보면 한국기업,한국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한국은 삼성전자 등 52개 업체가 랭크돼 중국(44개사)을 간신히 앞섰지만 기업 수 차이는 8개에 그쳐 지난해의 22개보다 대폭 축소됐다.

무려 291개사가 포함된 일본과는 아예 비교대상조차 되지 못할 정도다.

범위를 좁혀 보면 위기 상황이 한층 뚜렷해진다.

세계 500대 기업으로 한정할 경우 한국은 전년의 11개사에서 9개사로 줄어들어 7개사에서 11개사로 늘어난 중국에 이미 추월(追越)을 당했다.

분석 대상을 100대 기업으로 좁히면 한국은 삼성전자(63위) 1개사에 불과하고 중국은 페트로차이나(41위) 중국공상은행(53위) 등 5개사에 달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앞으로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은 '오는 2010년까지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자국 기업 50개 이상을 진입시킨다'는 목표 아래 동종 업계 국유기업을 인수·합병(M&A)시키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대형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본 역시 장기불황 탈출을 계기로 기업 활력이 배가(倍加)되는 양상이다.

한국경제가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여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총수들이 샌드위치론을 제기하거나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혼란에 빠질 것"이란 우려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야말로 안이하기 짝이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을 직시(直視)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기는커녕 위기론을 거론하는 자체마저 원천봉쇄하려 하고 있으니 어떻게 위기 극복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계의 우려를 귀담아 들으면서 적극적인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의욕을 최대한 부추기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선 투자활성화와 경제활력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이 우리의 수도권 규제와 출자총액제한 제도에 해당하는 공장제한법,공장재배치촉진법,대규모회사의 주식보유총액제한제 등을 잇달아 폐지하는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잃어버린 10년이란 장기불황을 탈출한 것은 그런 점에서 좋은 참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