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가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에서 이제까지 논의자체를 피해왔던 임신중절 합법화 논쟁이 한창이다.

가톨릭계와 보수성향의 집권 국가행동당(PAN)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좌파성향의 민주혁명당(PRD)은 20일 임신초기 3개월 내에서는 임산부에게 낙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제출함으로써 좌우파의 격돌은 본격화됐다.

법안에는 또 정부 산하 의료기관은 임산부가 요청하면 낙태수술을 해줘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카를로스 나바레테 상원 민주혁명당 원내총무는 "임산부들이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낙태수술을 받다 생명을 잃는 불합리한 현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낙태 수술을 받을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멕시코 현행법에서는 임산부가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와 강간을 통해 임신이 됐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수술을 받을 수 없다.

이같은 법의 제약에 따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임산부들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건너가 낙태수술을 받고 있으며 경제적 여유가 없는 여성의 경우에는 멕시코 국내에서 위험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혁명당은 상원에 법안을 제출했으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 국가행동당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임신중절을 합법화시키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시티 의회에서는 민주혁명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임신중절 합법화가 제한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인구 870만명을 포용하고 있는 멕시코시티는 미국의 워싱턴 DC와 마찬가지로 독자적인 입법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낙태 합법화는 멀지않은 장래에 제한적으로 나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낙태 합법화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법으로 충분하다"면서 낙태에 반대한다는 자신의 소신에는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은 22일 멕시코시티에서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으로 있어 찬반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류종권 특파원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