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특수에 628만5000박스 처리한 것 맞다니까요, 진실을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억울합니다."(현대택배 관계자)

"저희가 372만박스를 처리했습니다.작년엔 현대택배와 격차가 70만박스 정도였어요.그런데 어떻게 1년 만에 260만박스까지 벌어집니까?"(한진 관계자)

택배업계가 때아닌 '진실 공방'에 휩싸였다.

지난 21일 현대택배가 내놓은 설 택배(5∼15일) 물량 자료가 화근이 됐다.

한진은 물론 대한통운,CJ GLS 등이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며 보도자료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올해부터 KT전보 택배를 통계에 추가해 외형이 커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게 현대택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진 등은 "작년까지 없던 항목을 집어넣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하루 평균 57만박스를 11일간 처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터미널 규모,배송 차량 수를 감안하면 하루 50만 박스 정도가 최대치라는 주장이다.

택배업계의 '집안 싸움'은 작년 12월 대한통운이 "11월에 전달보다 200만박스가 늘어난 925만박스를 처리해 현대택배가 세운 1위 기록(899만박스)을 갈아치웠다"고 발표하면서 불이 붙었다.

당시 현대택배측은 "특별히 대형 화주를 유치한 실적도 없는데 한 달만에 200만 박스가 증가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급기야 지난 13일엔 '하루 처리 물량 신기록'이란 제목으로 현대택배,대한통운,CJ GLS 등 3개사가 서로 자기 회사가 1위라는 보도자료를 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이 자리잡고 있을 터다.

하지만 '사실(事實)'만 담고 있어야 할 언론 보도자료가 왜곡 의혹을 받고 타사 흠집내기의 소재가 된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면하기 힘들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설 시즌(2월 5∼22일)에도 택배 민원이 194건으로 전년 대비 14% 늘어났다.

누가 돈을 많이 벌었느냐를 내세우기엔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다가 글로벌 물류 시장의 현실은 갈수록 DHL,페덱스 등 대형 물류 기업들의 '독무대'가 돼가고 있다.

'작은 우물'에 갖혀 '큰 바다'를 바라보지 못하는 국내 택배사들의 현실이 아쉬운 이유다.

박동휘 생활경제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