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柱 曼 < ㈜옥션 대표 >

은행에서 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싼 금리로 대출해 준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과 이 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례를 보면 기업과 고객 간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극빈층에 담보 없이 시중 금리의 절반도 안 되는 이자로 대출해 주고 있는 그라민은행은 설립 초기 극빈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은 회수에 어려움이 있어 곧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평을 받았었다.

하지만 현재 이 은행은 100여개국에서 5000만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지속적인 흑자를 내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을 이끌고 새로운 표준을 만드는 업계의 선도 기업들은 너나없이 그라민은행과 같은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반적인 마케팅 형식이나 관행을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풀어가려 하며,당장의 이익보다는 지속적인 시장의 발전과 안정적 성장을 꾀한다.

이들 기업이 보여주는 고객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은 새로운 사업이 난관에 부딪칠 때나 경쟁사의 엄청난 약진에도 당황하거나 주춤거리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손꼽고 있는 것이 바로 반품,환불 등의 문제다.

특히 최근 13조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한 인터넷 쇼핑몰 시장 중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장터(오픈 마켓)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지만 누구나 판매·구매자가 될 수 있는 시장의 특성상 전혀 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트러스트 셀러' 제도는 그동안 중개자 역할에만 국한돼 있던 오픈 마켓이 단순한 장터 제공에서 벗어나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자처하는 '믿을 수 있는 오픈 마켓'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로 큰 의미가 있다.

시장 진입 초기 단계의 기업들은 일단 눈에 보이는 거래 규모,매출액 등의 수치를 중요시하며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마케팅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앞서 가고 있는 1등 기업,즉 선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서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선두 기업이 똑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동원해 마케팅 전쟁을 벌인다면 시장 상황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며,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장의 리더로서 확고한 신념과 '함께 성장한다'는 넓은 시야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가장 중요한 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