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화기애애하지만 속으로는 부상도 숨길 정도로 정말 살벌합니다" 한국축구대표팀 전담 주치의 김현철(44) 박사의 가장 큰 걱정은 선수들이 부상이 있는데도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미련하게 이를 감추는 것이다. 김 박사는 지난달 31일 홍콩 시우사이완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 도중 기자와 만나 "선수들의 주전 경쟁이 밖에서 보는 것보다 상상 외로 치열하다"며 "일부는 경쟁에서 탈락할까봐 자신의 부상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족부 정형회과 전문의 김현철 박사는 한.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의 주치의로 활약하다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관동대 교수직을 버리고 다시 대표팀 주치의로 복귀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현재 대표팀 선수 가운데 40%는 발목에 부상을 안고 있다. 발목 뿐만 아니라 무릎이나 종아리, 장딴지 근육 등도 성하지 않은 선수가 많다. 하지만 이 정도 부상은 축구 선수로서 어쩔 수 없다고 김 박사는 전했다. 문제는 경기에서 뛸 때 영향을 받는 지 여부다. 뛰지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이 아니라면 부상 부위에 테이핑을 하거나 지속적으로 인대 및 근육 강화훈련을 통해 충분히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 박사는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면 사소한 부상은 평소에 관리해야 경기나 훈련에서 큰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꽁꽁 감추고 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그는 또 "선수들이 아픈 부위가 있으면 바로 와서 얘기를 해야 하는데 여전히 눈치를 본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김 박사는 대표팀이 홍콩에 도착한 직후인 27일 오후 부랴부랴 선수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했다. 강의에서 김 박사는 부상은 숨길수록 더 악화돼 영영 그라운드를 밟지 못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강의는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부상을 충분히 치료하며 몸을 보호할 수 있는데 경쟁 때문에 이를 감출까봐 걱정이 돼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예를 들어 위염에 걸리면 배가 너무 아프다. 이럴 경우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으면 약물을 복용해 금방 나을 수 있는데 선수들은 현재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픈데도 꾹꾹 참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연속으로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주치의를 맡고 있는 김 박사는 경기나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 몸 상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선수들이 부상을 숨기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 내가 대표팀에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훈련 중인 선수들의 몸상태를 살피려 다시 그라운드로 올라섰다. (홍콩=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