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추리소설의 틀을 빌린 '뇌'에서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요인으로 15가지를 꼽았다. 고통과 두려움의 탈피,생존 및 안락함에 대한 욕구,의무감,분노,성애,습관성 물질,열정,사랑 등과 '의식의 확대'가 그것이다. 아울러 '의식의 확대'란 종래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세상 만물은 밝게 빛나고 자신이 한결 크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우주를 감싸 안을 수 있을 듯한 충만감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 보면 이런 '의식의 확대'가 앞서의 14가지보다 더 강한 동기일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안다. 사람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건 그렇게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개념이 아니라 고통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최소한의 생활여건을 갖추고,나아가 보다 안락해지고 싶다는 실질적인 욕구라는 사실을. 외모 가꾸기가 생존과 직결된다고 보는 걸까. "해도 너무 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외모지상주의는 더해만 간다. 여성은 물론 남성까지 아름답고 젊게 보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남성 전문 피부관리실과 성형외과가 등장했는가 하면 나이든 정치인들이 눈썹 문신에 쌍꺼풀 수술,피부 박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화장품 5조3000억원에 성형 3조~4조원,다이어트 시장 1조원 등 외모관련 시장만 10조원이 넘는다는 가운데 지난해 3ㆍ4분기 가구당 월평균 외모 치장비가 서적·인쇄물 지출의 5.7배였다는 통계청 조사결과는 이러다 인간됨의 기본덕목인 진선미(眞善美)중 진(참됨)과 선(착함)은 아예 사라지는 게 아닌가라는 심정마저 들게 한다. 살고 봐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듯 외양만으로 인정받을 순 없다. 제아무리 선하고 아름다운 것도 참되지 않으면 가치 없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진실됨과 착함이라는 덕목의 소중함도 돌아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